[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여야 간 첨예한 갈등 속에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도 교착 상태다.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 창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개편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관 인선 등 후속 작업들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 지원안이 대거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 역시 국회 제출 한 달이 거의 다 돼갈 무렵에서야 국회 심사를 개시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벤처기업계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경의 조속한 통과를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이 공식화된 것은 지난달 5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면서다. 개편안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가 타 부서의 어떤 업무를 이관받을지 등도 정했다. 그러나 그 이후 진척된 것은 없는 상태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정식으로 개편안이 적용되지만, 지난 9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120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의 내용은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과 같다.
이러다 보니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장관 인선과 함께 내각 조각까지 마무리됐음에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인선되지 않고 있다. 여러 인사들이 장관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계는 힘 있는 장관의 취임과 추후 중기벤처부로 이관되는 산하 기관의 역할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본격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27일 여·야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상임위원회 심사에 합의하면서 답보 상태는 벗어났다.
추경은 문제가 좀 더 복잡하다. 정부조직 개편안보다 더욱 야당의 반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7월 임시국회에서 상임위별 추경심사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추경의 모든 사항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자유한국당은 추경 심사에 아예 불참한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중소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예산의 비중이 꽤 크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계 입장에서는 빠른 통과가 절실하다.
정부의 추경예산안 내역을 보면 총 11조2천억원 중 약 3조5천억원이 중소·벤처기업 관련 예산으로 전체 예산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구체적으로는 모태펀드 출자(1조4천억원), 창업융자(6천억원), 소상공인지원융자(6천200억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중소·벤처기업계에 필요한 예산이지만 이 역시 통과가 안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벤처기업계는 연일 국회의 빠른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벤처기업협회·한국여성벤처협회 등 5개 협회가 빠른 추경 통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29일에는 배조웅·심승일 중기중앙회 부회장과 양승생 자동차해체재활용협동조합 이사장 등 중소기업계가 직접 국회를 찾아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정책위의장에게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경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건의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여야가 7월 임시국회를 연다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조직 개정안에 대해서는 언급했지만 추경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관련 논의가 공공부문 일자리 증원 논쟁 등에 묻혀 버려서 중소·벤처기업들의 어려운 상황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상당 부분 소진된 것도 문제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금인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액은 빠른 속도로 1년 예산 한도인 1조6천300억원에 접근하고 있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이를 2조2천500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만일 추경 통과가 늦어질 경우 당장 올해 예산이 부족해 질 상황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다 보니 예년보다 소상공인들의 대출 수요가 많아, 7월분 예산은 5월과 6월에 비해 한도를 크게 확대했다"며 "추경이 곧 통과되리라고 보고 결정한 것인데 통과가 늦어지면 예산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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