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3차 정부조사에서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배상안을 발표한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항소심 형량을 낮추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10일 옥시는 정부의 3차 조사에서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1,2차 조사 당시 1,2단계 피해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배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상해 피해자와 복수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 피해자에 대해서는 평생 치료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옥시는 1,2차 조사에서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과거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 ▲일실수입(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추정되는 수입) ▲사망 시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최고 3억5천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영유아·어린이의 사망·중상 사례의 경우에는 위자료 5억5천만원을 포함해 총 10억원의 배상금을 일괄책정하기로 했다.
옥시 관계자는 "3차 조사에서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 52%와 직접 만나 배상방안을 설명했다"며 "일부에서는 더 높은 잠정지원금과 가족 내 복수 피해자 배상금을 요구했으나, 공정한 배상을 위해 1,2차 피해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배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괄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정부 및 기타 책임있는 당사자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와 환경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12시 옥시 여의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와 달라진 내용이 없다"며 "오는 21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형량을 낮추기 위한 꼼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대표는 "옥시는 지난 3월 27일 3차 조사가 완료됐음에도 3개월 넘게 배상안을 발표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며 "최선을 다해 사과하고 대책을 내놔도 용서할까 말까한 사안에 대해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었던 만큼, 피해자와 소비자들은 검찰 형량과 관계없이 옥시 등 가해 기업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공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옥시가 배상하겠다고 밝힌 3차 조사 1,2단계 피해자들은 57명에 불과하다. 이는 3차 총 접수자(752명)의 7.57%로, 여전히 92.43%의 달하는 피해자들이 보상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옥시의 보상안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절대 다수인 3,4단계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아 미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부의 3차 조사는 지난 2015년 접수한 사람들에 대해 일부 피해 판정을 내린 것"이라며 "3차 접수자들은 총 752명으로 그 중 452명에 대해서만 피해 판정이 나온 데다, 옥시가 말하는 1,2단계 피해자는 57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배상안은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있다는 생색내기용"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3,4단계 피해자 외에도 잠재적인 피해자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 연구용역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이 30만~50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접수한 사람(5천567명)보다 100배 많은 수치다. 사망자 수(1천212명)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기태 국제법률전문가협회 상근부회장은 "1,2차 피해자뿐만 아니라 3,4차 피해자, 잠재적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까지 포함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배상안이 나오지 않는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옥시는 각성하라, 옥시사태 제대로 보상하라"고 외쳤다.
피해자들은 오는 21일 열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항소심에서 신현우와 존리 전 옥시 대표의 형량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대표는 지난 1월 열린 1심 판결에서 징역 7년을, 리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바 있다.
최 소장은 "이번 항소심에서 신 전 대표를 비롯해 옥시 관계자 4명은 최소한 1심 판결이 유지돼야 하며 리 전 대표는 1심 판결 구형량에 맞게 징역 7년이 판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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