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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 갈등, 1년 지나도록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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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조합원 대규모 상경투쟁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2016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의 문제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양측은, 1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조합원 상경투쟁을 실시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조합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상경투쟁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의 신경전은 지난해 5월 10일 임단협 체결을 위한 상견례 때부터 이어졌다. 상견례에서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조선업계가 수주 절벽의 위기를 맞고 도크 가동 중단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으로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마련을 요구받았고, 그 핵심 내용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었다. 그러나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채권단인 하나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날을 세웠다.

노조는 이와 별개로 ▲기본급 9만6천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직무환경수당 상향 조정 ▲상여금·성과급 지급 ▲연차별 임금격차 확대 ▲성과연봉제 폐지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사외이사 추천권 ▲연 1회 이상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등을 주장했다.

양측의 협상은 원만치 않았다. 사측이 추진해 온 사업부 분할에 노조가 구조조정과 연계됐다며 반대하는 등 진통이 컸다. 사측이 지난해 11월 노조 측에 월평균 임금 3만9천원 인상 및 격려금 100%+150만원 지급을 제안했지만, 노조 측은 구조조정 해결 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고 기본급이 동결됐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제안을 거부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만 68차례 교섭을 했음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노조는 부분파업까지 포함해 지난해 14차례 파업을 하며 회사를 압박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말 조합원 투표를 통해 12년 만에 민주노총·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사측은 지난 1월 19일 73차 단체교섭에서 수정제시안을 내고 ▲임금 10만원 인상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3000원 인상) ▲성과급 230% 지급 ▲격려금 100%+150만원 ▲상여금 800% 전액 통상임금 적용(상여금 지급 기준 개선 수용 시) 등을 제안했다. 그 대신 ▲2017년 1년간 기본급 20% 반납 ▲사업분할 시 협조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는 "고용보장을 미끼로 1년간 기본급 반납을 요구했다"며 "임금과 고용에 대한 조합원의 권리 향상을 위한 단체협상의 기본 가치마저 부정하는 회사 일방의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섭은 또 다시 결렬됐고, 2월에 접어들자 노조는 3차례에 걸친 전면파업을 단행했다.

논의는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 5월 18일 백형록 위원장이 단체교섭 타결 마무리를 목적으로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같은 날 노조는 노보를 통해 ▲임금 15만4천883원 인상 ▲자율관리수당 신설 ▲ 연차별 임금격차 호봉승급분(2만3천원)만큼 조정 ▲하청노동자 블랙리스트 폐지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등 새 임금요구안을 발표하고 23일 이를 사측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경영이 어렵고, 당장 수주일감 부족 등으로 유휴인력 5천여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 등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유휴인력에 대한 고용유지를 하려면 약 4천2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그나마 이들에 대한 순환휴직을 안을 잠정 보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지난달 15일 89차 단체교섭에서 사측의 제안으로 지난해와 올해 단체교섭을 통합 진행하기로 합의했고, 20일 처음 통합교섭을 가졌다. 그러나 노조가 요구한 현대로보틱스 등 분할사업장 동시 타결은 사측이 사업장 간 여건이 다르다며 거부했고, 기본급 20% 삭감에 대해서는 반대로 노조가 거부했다. 결국 지난 4일 3차 통합교섭에서도 양측은 합의에 실패했고 다음날인 5일, 백 위원장 등이 울산에서 서울로 상경투쟁을 했다.

백 위원장은 김종훈 무소속 의원(울산 동구)와 함께 첫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국민의당 지도부, 둘째날인 6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연이어 면담하며 현대중공업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자사주 의결권 허점 이용과 하청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기성비 삭감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고 김 위원장도 절차를 통해 살펴보겠다고 화답했다. 이 같은 행보를 통해 노조는 논의를 정치권으로까지 넓혀 나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양측의 회사의 향후 전망에 대한 시선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사측은 올해 회복된 수주량도 수년 전에 비하면 적은 수치이고, 지난해 수주절벽 여파로 하반기 일감이 워낙 부족하기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현대중공업이 6분기 연속 흑자를 냈고, 하반기에는 수주 일감도 많다며 회사가 전향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최근 노보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올해 2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하며 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3분기·4분기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올 1월부터 5월까지 총 62척, 38억달러 규모를 수주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배가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또 오는 7월부터 올해 초 계약한 선박이 착공에 들어가고, 10월부터는 지난 2월에 계약한 VLCC도 착공에 들어간다며 하반기에는 기존 인력으로는 일손이 빠듯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측은 사보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측은 "62척, 38억달러는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합친 수치이며, 현대중공업 단독으로는 17척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반기에는 건조할 배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하반기에 건조를 시작하기로 한 선박이 10여척에 불과하기에 현재 가동 중인 도크를 채우기도 어렵다"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감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6일 노보에서 사측이 6월 수주실적을 제외해 산정했고,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통합 운영되는 회사라고 맞받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가 현대중공업의 하반기 전망에 대해 주장한 것 중에 틀린 내용이 너무 많다"며 "올해 건조에 들어가기로 예정된 선박이 10여척밖에 되지 않아 모든 도크를 다 가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현대중공업에서 수주를 해서 배의 종류별로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들에게 물량을 나눠주는 상황"이라며 "회사가 그 동안 계속 흑자를 달성하다가 2014년과 15년 적자가 나면서 잠시 어려워진 건데 그 동안 비축한 돈은 안 쓰고 노동자들을 내보냈고 지금은 기본급을 깎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심 사안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양측의 논의는 1년을 훌쩍 넘겼고, 결국 대규모의 노조 조합원들이 청와대·국회·광화문광장 앞으로 찾아가게 됐다. 오는 12일부터 상경투쟁을 시작하는 조합원들은 이미 지난 5일 서울로 올라가 상경투쟁을 펼치고 있는 백 지부장 등과 합류해 광화문 광장 집회, 청와대 주변 삼보일배 등을 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수차례 사측과 다양한 방식으로 교섭을 했지만 그 동안 진전이 없었다"며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켜서 저희의 상황을 알리고자 한다. 정치권과 만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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