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기자] 최근 가상통화 관련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가상통화거래소 인가제를 추진해 이용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18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가상통화 이용자보호를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고 이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박 의원은 "다른 선진국들은 가상통화 법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법적·제도적으로 아무런 정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발생한 가상통화거래소 관련 해킹 피해나 무분별한 투기행위 등을 고려하면 이용자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공청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달 중으로 가상화폐 관련 거래·중개업자에 대한 인가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가상화폐 거래 업무에 대한 규제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상 통화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부정거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금지해야 할 것"이라며 "가상통화 자체에 대한 규제가 아닌 업무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수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도 "현재 가상통화에 대한 법률적 규제체계가 없는 상태이다 보니 이로 인한 혼란도 크다"라며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적어도 일정 금액 이상의 자본금을 갖추도록 하고 해당 정부 기관으로부터 일정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근 수원지검 부장검사도 "가상통화가 최근 불법적인 자금세탁이나 해킹 및 보이스피싱 범죄의 대상이 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가상통화 거래소 개설시 일정한 자본금을 갖추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일정금을 예치하거나 해킹 등 사고 발생시 손해 전액을 배상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할 것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박사도 "가상화폐를 통한 업무규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부분에 동의한다"며 "해외 주요국들도 가상통화 거래업체의 인허가 및 감독 등을 포함하는 규제 체계를 마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도 "가상통화 자체에 대한 규제보다 가상통화를 이용한 영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다루는 것이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며 "공정한 룰을 제시해 업계의 영업활동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진화 코빗 이사는 "업계 건전성을 위한 소비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양도 차익에 양도소득 부과는 안해…소득세법, 법인세법 제외
한편 박 의원 측은 이달 중 발의될 가상화폐 관련 법령 개정안에서 거래소 인가제를 우선 추진하고 가상통화의 양도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은 제외하기로 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3일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인가제 도입과 양도세금 부과를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박 의원 측은 "해외에서는 금이나 외환, 주식 등 자본이득의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를 해오고 있기 때문에 가상통화에 대한 소득세 부과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외환·주식 등의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가상통화에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도 "현실적으로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 방안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과세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은 아쉽지만, 과세방안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정책조사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가상통화의 통화로서의 성격 인정 여부에 따라 국가별 관련 과세 규정도 달라진다"며 "과세를 포함한 규제 논의를 미루기보다는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나리기자 lil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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