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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격호, 재판 출석…변호인 "자기 방어능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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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불안정 상태' 주장하며 공판 진행 두고 재판부와 설전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경영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9일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함께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신 총괄회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서울중앙지법 312호 법정에 오후 1시 55분께 도착했다. 휠체어를 탄 채 왼손에 지팡이를 쥐고 회색 무릎담요를 덮고 법정에 들어선 그는 이전 재판과 달리 다소 차분한 태도로 2시부터 50여분간 재판에 참석해 상황을 지켜봤다. 다만 중간중간 변호인에게 재판 진행에 관해 "뭐라고" 등으로 크게 물어 변호인이 종이에 일일이 써 설명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월 20일 첫 공판에 휠체어를 타고 출석했으나 생년월일 등 기본 인적 사항 등에 대해 재판부가 질문해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재판 중에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자 재판부가 사건을 분리키로 하고 법정에서 퇴정할 것을 권유했지만 거부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내기도 했다. 또 퇴정 시에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왜 이러냐"를 여러 번 외치며 퇴정을 극구 부인하기도 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30여분 만에 퇴정했다. 이후 4월 18일에도 법정에 출석했으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바로 법정 밖으로 나갔다.

이로 인해 재판부는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다른 피고인들과 재판을 분리했으며 신 총괄회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번 심리를 진행했다. 그러나 4개월 가까이 심리가 진행되자 재판부는 그동안 이뤄진 증인신문 등의 내용을 신 총괄회장에게 직접 알려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날 출석하도록 요구했다.

이날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 없이 진행된 증인신문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대해 신 총괄회장과 변호인의 동의를 구했다. 신 총괄회장 측은 재판부와 논의 끝에 일부 수사보고서 내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20여분 후 신 총괄회장이 잠시 법정에서 나간 사이 신 총괄회장의 불출석 상태에서 증거조사가 진행된 것을 두고 불만족스러워하며 "신 총괄회장의 심신상태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공판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재판부에 의견을 피력했다.

신 총괄회장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이 의사 판단 능력이 있긴 하지만 사실에 대한 기억이 있어야 공판도 진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신 총괄회장은 옛날에 대한 기억이 없어 자기 방어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그는 "기본적으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르면 심신 문제는 방어권의 문제로,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 능력이 없을 경우 공판 절차 정지나 특별대리인을 두기도 한다"며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데다 판단능력이 안되는 상태에서 이런 법정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재판부의) 해석이 조금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실 신 총괄회장처럼 고령인 분이 이처럼 오랫동안 재판을 한 적이 없어 형소법에서 이런 점들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볼 때 신 총괄회장은 순간적인 의사 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가끔 '누가 나를 기소했냐', '롯데는 다 내 재산' 등을 말한 걸 보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점들을 보면 '공판 절차 중지'에 해당하는 의사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며 "한정후견인을 선고 받은 상태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진행하도록 했고 판단 능력도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어 신 총괄회장의 상태를 보면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계속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 서 씨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에게 자신의 롯데홀딩스 지분 총 6.2%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탈세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신 이사장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560억원의 세금이 서씨 모녀의 증여 과정에서 각각 298억원의 세금에 포탈된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공소장 변경을 통해 주당평가액을 86만원에서 75만원정도로 낮춰 세금 포탈액을 각각 461억여원, 244억여원 등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증여"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또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과 논의해 회삿돈 500억여원을 급여 명목으로 빼돌려 신 전 부회장과 서 씨 모녀 등에게 지급했다는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의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된 건에 대해 마무리를 지었으나, 횡령·배임 등과 관련된 사건은 신 회장과 연관돼 있는 만큼 병합해 다음달 7일 다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재판에 신 회장은 참석할 예정이지만 신 총괄회장의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편 80억원대 경영비리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진행된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이사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추징금 14억4천7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신 이사장은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롯데백화점에 특정 매장을 입점시켜주는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뒷돈 35억여원을 챙기고 회삿돈 47억3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 이사장은 이날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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