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은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공장 가동을 멈추고 일제히 여름휴가에 돌입했다.
노사 임금협상에 성공한 쌍용차를 제외한 다수의 회사들이 여름휴가 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에 실패한 탓에 휴가 직후 본격적인 교섭에 돌입, 노사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지난 29일부터 오는 8월 6일까지 최장 9일간 여름휴가에 돌입, 공장 가동을 멈췄다.
당초 완성차업계 노사는 여름휴가 전 임단협 타결을 이뤄내기 위한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쌍용차를 제외하고는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쌍용차는 지난 27일 업계 최초로 2017년 임금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2010년 이후 8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도출하는 성과를 냈다.
쌍용차의 올해 임금협상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5만3천원 인상과 생산 장려금 250만원, 우리사주 출연금 100만원(150주 상당) 등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판매 물량 증대와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한 발 물러선 양보안을 상호 제시하며 입장 차이를 해소한 것이 8년 연속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노사도 여름휴가 전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 아래 파업을 보류하고 집중 교섭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입장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지난 18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휴가 전까지 집중 교섭을 통해 타결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교섭을 이어갔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15만4천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산업 발전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정년 연장,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과의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6일 휴가 전 마지막 교섭을 진행했으나, 서로의 입장차만을 재차 확인하는데 그쳤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휴가 전 교섭을 마무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휴가를 소망했지만, 사측이 노조가 내민 손을 외면했다"면서 "휴가 후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기아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5만4천883만원 인상과 성과급 지난해 영업이익 30% 지급, 해고자 복직 및 고소, 고발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는 내달 17일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어 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공산이 크다.
휴가 전 교섭을 타결하지 못한 기아차 노조는 휴가를 마친 뒤 오는 8일 지부쟁대위회의에서 본격적인 투쟁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노조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및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방안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GM은 예년에 비해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최근 제임스 김 사장이 사임한데다, 후임자가 오는 9월 취임할 예정이어서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가진 한국GM 특별결의 거부권이 오는 10월로 효력을 상실할 예정이고, 설상가상 한국GM의 철수설도 재점화되고 있어 한국GM 노사의 협상은 그 어느때보다 난항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기본급 3만7천400원 인상안이 포함된 제시안을 두고 교섭을 벌였지만 휴가 전 타결에 실패, 휴가 이후 6차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여름 휴가를 넘기게 되면 교섭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노사가 본격적인 교섭에 돌입하겠지만 파업 없이 조기 타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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