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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맥주 유통 허용 세법안에 속타는 맥주 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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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경감 혜택 받는 소규모 업체 늘어…국내 맥주산업 발전 '긍정적'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정부가 주세법 개정을 통해 국내 수제맥주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다. 특히 중소규모 맥주업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맥주 생산 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국산 맥주의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다만 이번 주세법 개정안으로 맥주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대기업 맥주업체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소비자들은 소규모 맥주업체에서 만들던 맥주 제품들을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소규모 맥주업체에서 만든 제품들은 영업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사업자의 제조 및 영업장에서만 판매가 허용됐다.

또 정부는 소규모 맥주업체에 대한 범위도 확대했다. 기존에는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시설기준을 5~75㎘ 담금·저장조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한정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이 기준을 5~120㎘로 확대했다.

더불어 맥주제조자에 대한 과세표준을 변경함으로써 더 많은 소규모 업체들이 세금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기존에는 출고 수량이 100㎘ 이하인 맥주제조자의 경우 40%, 100~300㎘ 이하 60%, 300㎘ 초과 80%의 과세표준이 적용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따라 과세 기준은 200㎘ 이하 40%, 200~50㎘ 이하 60%, 500㎘ 초과 80%로 세금을 적게 내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은 훨씬 더 늘어나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을 통해 소규모 맥주의 소매점 유통이 허용되면서 이들의 경쟁력이 제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소규모 맥주제조자에 대한 지원이 한층 더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다양한 재료를 주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들이 다품종·고품질 주류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엿기름, 홉, 물 등으로 제한됐던 맥주 재료범위를 녹말이 포함된 재료, 발아된 맥류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맥주 제품을 소비자들이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소규모 탁·약·청주 제조자들도 지원하기 위해 과세표준 경감 범위를 5㎘를 기준으로 적용률을 나눠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국내 맥주업계는 국산 맥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수입맥주가 다양한 맛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국산 제품들이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에 비해 한국은 맥주에 대한 세금이 너무 높았던 데다 소규모 및 지역 양조장에 대한 혜택이 많이 부족했던 편"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국내 맥주산업이 양적인 것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뤄지면서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규모 맥주 제조사들의 소매점 유통이 허용되면서 제품 위생 관리, 세금 적용 부분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관리를 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맥주 제조사의 경우 전자동 시스템화 돼 있어 위생관리가 철저한 편이지만 영세업체들은 제품 위생 관리를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정부가 위생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겪게될 문제에 대해선 한 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주세는 국세청이 관여하는 만큼 세금 적용을 위해 유통단계가 명확한 편"이라며 "소규모 업체들이 맥주를 유통 할 수 있게 되면 이를 국세청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로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대기업 맥주 제조사들은 소규모 맥주 제조사의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데다 수입맥주와 달리 부과되는 세금 기준이 달라 역차별까지 받게 되면서 울상 짓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주세과세 체계(종가세)를 술 도수에 따라 부과하는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맥주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각 업체들이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 신제품 출시도 더 자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체 시장으로 볼 때는 이번 일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4년 주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수제맥주가 본격적으로 맥주 시장에 진입하게 됐지만 당시 법 개정으로 영세업자보다 신세계 등 대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오히려 도와주는 발판이 됐다"며 "진짜 영세한 업체들은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자본력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SPC, 매일유업 등 맥주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염려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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