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한 끼 해 먹는 것도 이젠 부담이 너무 크네요. 식구가 5명인데 야채 가격이 올라서 고기 없이 반찬을 해 먹는다고 해도 1년 전보다 5천원에서 1만원 정도 더 들어가는 거 같아요. 부담없이 먹었던 계란마저 불안해서 사먹을 수 없어 매번 무슨 반찬을 해야 할지 고민되네요."
22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홈플러스에서 마주친 이미림(34) 씨는 오랜만에 장을 보러 나섰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먹거리 가격 때문에 상품을 고르지 못하고 매장 안을 한참을 서성였다. 처음에는 삼겹살을 구워 상추에 쌈을 사서 먹으려고 했지만 상추 가격이 너무 오른 탓에 골랐다 놓기를 반복했고 아이가 좋아하는 호박전을 하려고 애호박을 골랐지만 '개당 2천990원'이라고 적힌 가격에 화들짝 놀라 제자리에 내려뒀다. 결국 이 씨가 이날 고른 것은 감자 몇 개와 신선도가 조금 떨어진 알뜰 구매 코너에서 고른 양배추 한 통, 브로콜리 한 봉지 정도였다.
올해 폭염과 장마가 반복된 데다 병해충까지 기승을 부리고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까지 악재가 이어지면서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던 주부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채소 가격을 확인한 후 골랐던 것들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먹을 게 없다"며 한숨 짓고 있다. 더군다나 추석이 한 달 가량 남은 상황에서 야채 가격들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명절을 앞두고 주부들의 걱정은 더해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 중 신선식품 부문은 전월 대비 7.1%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10.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3%나 올랐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상품과 서비스가 출하될 때의 도매 물가를 뜻하는 것으로, 향후 소비자물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특히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출하량이 감소해 상추 가격은 전월보다 257.3%나 치솟았다. 시금치(188.0%), 오이(167.6%), 배추(97.3%) 등도 가격이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제공하는 '품목별 가격 정보'에서도 주요 농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기준으로 주요 과일·채소류 25종의 소비자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년보다 가격이 낮은 품목은 생강, 미나리, 수박 등 3개 품목에 불과했다. 또 올 초 조류 인플루엔자(AI)에 이어 최근 살충제 문제까지 불거진 계란 역시 수급 불안정으로 가격이 평년(5천588원)에 비해 2천 원 가량 오른 7천431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뭄과 폭염, 잦은 비 등 유난히 변덕스러웠던 날씨 탓에 병해충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식탁에 자주 오르는 배추, 상추, 양파 등은 생산량이 뚝 떨어져 물량이 없어 구하기도 힘든 상태다. 부족한 물량 탓에 각 품목별 가격은 평년 대비 배추가 93.7%, 상추가 53.3%, 양파가 20.5% 올랐다.
음식에 자주 쓰이는 대파, 마늘, 고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파 가격은 평년에 비해 24.4% 올랐고 마늘, 고추도 각각 17.4%, 23.4% 증가했다. 다만 마늘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800원 가량 하락했다.
경북 안동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백진욱(37) 씨는 "계속되는 폭염과 폭우에다가 탄저병이 퍼지면서 멀쩡한 것이 없다"며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시장에 내놓을 물량이 없어 소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근 농가들 역시 고추, 사과 등을 재배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뚝 떨어져 고민이 많다"며 "평소 사과를 100상자 정도 출하했던 한 이웃은 올해 생산량이 반으로 줄어 한숨만 쉬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채소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지갑도 예전만큼 열리지 않자 시장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재래시장에서 채소를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상추뿐만 아니라 배추, 오이 등 채소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평소 이것저것 구매하던 단골 고객들이 한 두 개만 집어간다"며 "날씨 탓에 채소 상태도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출하되는 농산물들의 물량도 많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살충제 계란 파동까지 더해지면서 추석 때까지 물가 상승세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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