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시작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양국 특별 공동위원회의 회의가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한·미 FTA 개정 여부도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간 한·미 FTA 개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던 철강업계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전날 회의에서 한·미 양측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미국 대표단은 자동차·철강 분야에서의 무역 불균형 문제와 이로 인해 자국 자동차·철강업계가 입는 피해를 앞세운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한국 대표단은 한·미 FTA가 미국 무역수지와 자동차·철강업계에 악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양국 전문가의 공동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대표단은 우리 측의 공동조사 제안에 대한 답변을 주기로 했다. 정해진 기한은 없다.
철강업계는 대체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미 FTA가 개정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관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한·미 FTA 체결 전인 지난 2004년 한·미 간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가 0%가 됐다. 이는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때 맺은 협상 내용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미국과 철강제품 무관세 협정을 맺고 있는 국가가 한국만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만 콕 집어서 새로 관세를 부과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미국 철강업계가 제기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논란에 대해서도 철강업계는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미국 철강업계는 그간 꾸준히 국내 철강업체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저렴한 비용에 쓴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고, 최근 들어 다시 부각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철강업계의 설명이다. 게다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보조금이 아니라고 판결한 미국 판례도 있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주장에 부정적인 견해다. 정부는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불법 보조금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미국 철강업계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미국철강협회(AISI)는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산 철강 제품이 한국 정부의 철강산업에 대한 보조금 혜택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미 FTA 개정 요구의 근본 원인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에 있다는 점에서 이로 인한 여파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FTA로 인한 직접적인 관세 문제보다는 무역확장법 232조(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품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 발동이나 추가 반덤핑·상계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결국 보호무역주의라는 맥락은 같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보다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0%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가 부과되고 있다"며 "미국이 추가적으로 한국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할 여지가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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