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구조적 변화는 규모를 키우기 위한 통합이 아니라 전문화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든 C 라인스 멘토 회장은 31일 서울 잠실롯데호텔에서 진행된 멘토 포럼 2017에서 최근 전세계 반도체 시장 동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라인스 회장의 발언은 최근 업계 및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반도체 업계가 소수의 반도체 기업으로 통합되고 말 것이라는 분석에 대한 반대 의견이다.
대표적으로 마크 에델스톤 모건 스탠리 인베스트먼트 총괄디렉터는 "5년 내 모든 순수 반도체 공개기업 중 절반이 인수될 것이며, 최상위 3대 공급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오늘날의 30% 정도에서 향후 십여년 동안 2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에서 2015년까지 지난 수년간 반도체 업계에서 이뤄진 일반적인 인수합병 발표건수는 23건에 이른다. 인수합병 활동 규모는 점점 더 커져 지난해에는 1천160억달러를 기록했다.
라인스 회장 또한 "2015년과 2016년간 인수 규모나 숫자를 봤을 때 극적으로 많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규모는 150억달러에서 1천억달러로, 3개 회사에서 더 많은 수의 반도체 업체가 인수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활발한 인수가 곧장 규모의 경제를 실현치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매출규모 또는 영업이익 개선, 점유율 향상 측면에서의 효과보다는 사업적인 전문화를 위함이 더 크다는 것.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이 소수의 대기업으로 통합되기보다는 오히려 탈통합 과정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라인스 회장은 "최근 인수와 매각을 이용해 전문화를 도모한 기업들은 대개 영업이익률이 증가했지만 증가율이 그리 빠르지는 않았다"라며, "실제로 반도체 업계의 인수는 재무 레버리지, 영업이익 개선을 위한 것이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추진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에 반도체 산업은 소수의 대기업들로 통합되지 않을 것이며, 올해 인수 건은 감소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라인스 회장에 따르면 50개의 큰 반도체 사업자들의 총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5포인트가 감소했다 새로운 회사가 대두되고 성장하고 사라지게 되면서 2003년 반도체 대기업은 전체 반도체 사업군중 98%의 점유율을 차지했으나 2014년에는 83%까지 내려앉은 셈이다. 2015년과 지난해 인수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대기업의 점유율은 다시 상승했지만 예년만 못한 상황이다.
예컨데, 인텔은 2011년 맥아프리와 인피니언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 2013년에는 Axxia 네트워크, 2015년 알테라를 인수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게 라인스 회장의 주장이다. 삼성전자 역시 그간 다수의 인수건이 있었으나 점유율이 큰 폭으로 성장하지는 않았다. 인수로 인한 점유율 증가라기 보다는 메모리 비즈니스 사업이 성장했기 때문에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퀄컴의 경우 인수건도 없었지만 대체적으로 무선시장 성장세와 궤를 같이 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유일하게 인수를 통해 점유율의 급격한 상승을 이룬 곳은 브로드컴 아바고 진영이다. 2011년 0.7%에 머물렀던 점유율은 지난해 4.2%까지 올라섰다.
라인스 회장은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이 반도체 전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연간매출액이 1억달러 이상인 곳을 대상으로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을 살펴봤을 때 인수로 인해서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라며, "이런 점이 시사하는 바는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라인스 회장은 인수에 따른 운영비용이 감소하더라도 R&D투자비까지 같이 내려가기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라인스 회장은 "전반적으로 인수를 통해 25%의 운영비용 감소 효과를 가진다. 이 때문에 R&D비용도 감소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2년동안 대규모 인수 건을 살펴보면 R&D비용이 오히려 늘어났다. 놀랍게도 매출 대비 R&D투자비중은 지난 35년 동안 13.8%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건과 관련해서 라인스 회장은 "도시바가 어떤 곳에 인수된다고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다른 해와 비슷하다. 반도체 업계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고,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소수의 기업에 통합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지멘스에 인수된 멘토는 IC 설계, 자동차 및 에뮬레이션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IC 설계의 경우, 멘토는 종합적인 IC 설계, 검증, DFM 및 테스트 기술을 제공한다.
멘토는 올해 초까지 삼성전자의 14나노, 10나노, 7나노 등의 공정을 위한 인증된 레퍼런스 플로우를 발표했다.
올해 초에 레벨 5 자율주행을 가능케 해주는 DRS360 플랫폼도 출시했다. 카메라, RADAR, LIDAR 등의 차량 센서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처리하던 기존방식이 아닌 각종 센서 데이터를 중앙집중식으로 처리함으로써 더 빠르고, 더 스마트하며 더 적은 비용으로 자율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자율주행 플랫폼이다.
특히, 멘토는 대표적인 EDA 기업으로서, 5나노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극자외선(EUV) 공정 및 실리콘 나노시트 트랜지스터 등의 반도체 구조의 변화에 따라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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