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소셜커머스 출신 3사가 오픈마켓 진출을 두고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올 초 오픈마켓으로 전환한 쿠팡과 달리 최근 티몬은 소셜커머스에 오픈마켓을 더한 '매니지드 마켓플레이스(MMP)'를 지향하고 있다. 위메프는 현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몬은 이용약관을 개정해 오픈마켓 진출을 알렸다. 티몬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잇는 '통신판매중개사업자'로서 양측의 다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과 ▲결제대금 보호 서비스 ▲배송·거래완료 ▲청약철회 ▲분쟁조정 등을 약관에 신설했다.
오픈마켓 진출에 앞서 지역서비스상품 판매를 완전히 중단한 쿠팡과 달리, 티몬은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의 장점을 더한 '관리형 오픈마켓(MMP)'을 선보일 예정이다. 상품기획자(MD)가 추천해주는 소셜커머스식 큐레이션 상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일반 판매자도 자유롭게 상품을 업로드 할 수 있도록 해 종합쇼핑몰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소셜커머스 출신 이커머스사가 오픈마켓으로 줄줄이 전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판매자를 입점시킬 수 있는 오픈마켓이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소셜커머스보다 상품 구색을 넓히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판매하는 상품 폭이 넓어지면 이용자와 거래액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온라인몰·소셜커머스 등의 통신판매사업자와 달리 오픈마켓으로 대변되는 통신판매중개사업자는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상거래법 등의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오픈마켓은 법의 그물망을 쏙쏙 빠져나가는 반면 통신판매업자에는 규제가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이같은 '규제 쏠림'에 위메프도 정관 사업목적에 통신판매중개업을 추가한 바 있다.
아울러 오픈마켓 전환 시 MD가 상품일 일일이 기획하지 않아도 돼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 판매자로부터 판매수수료와 광고 수입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분쟁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소셜커머스보다 소비자 보호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티몬 관계자는 "오픈마켓에서 판매한 상품에 문제가 있을시 플랫폼도 일정부분 책임을 지는 등 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파트너사도 함께 책임을 져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셜커머스 유지
이런 가운데 위메프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되 판매자들의 상품 등록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현행 모델로도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위메프는 '데이 마케팅'이 큰 인기를 끌며 지난 7월 거래액이 4천억원(환불 전 기준)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메프의 의지와는 별개로 재무건전성이 위메프의 오픈마켓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메프는 지난 2010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통신판매중개사업자는 소비자의 결제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거래 완료 시 판매자에게 이를 전달한다. 이를 위해선 전자금융업 등록을 해야 하는데 부채비율이 200% 이내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템에 따르면 지난해 위메프의 부채비율은 –219.73%를 기록했다. 같은기간 티몬의 부채비율은 165.99%, 쿠팡은 220.76%다.
전자금융업에 등록이 불가한 경우 전자지급결제대행(PG) 및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업체를 통해 판매자에게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위메프는 결제대금 전체가 아니라 중개수수료만 받을 수 있어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부 상품을 직매입해야 하는 소셜커머스 비즈니스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에 대해 위메프 관계자는 "자본잠식은 흑자 누적 외 투자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전략적인 판단과 선택의 문제"라며 "특히 현행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자본잠식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만큼, 판매 상품에 책임을 지는 소셜커머스에 오픈마켓의 강점을 더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진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韓 이커머스업계, 이분법 논쟁 벗어나 새로운 틀로 바라봐야
일각에서는 국내 이커머스업계를 '소셜커머스 아니면 오픈마켓' 식의 이분법적 논리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100% 오픈마켓으로 전환한 쿠팡도 직매입 상품인 '로켓배송'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데다, 티몬이나 위메프도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이 융합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 모두 지역서비스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 상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전통적 의미의 소셜커머스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며 "반대로 오픈마켓으로 출범한 11번가도 소셜커머스의 주요 사업방식으로 여겨졌던 직매입 판매서비스에 도전장을 낸 상황에서 과거식 구분법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정부 규제도 바뀌어야 한다"며 "통신판매사업자와 통신판매중개사업자 간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두 집단을 분리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을관계 척결을 위해 강력히 추진 중인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업계 1·2위인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1990년대 후반에 나온 올드한 모델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아우를 만한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스스로를 '오픈마켓'이라고 한정하지 않는데, 한국의 아마존을 꿈꾼다는 국내 업체들이 앞 다퉈 이베이식 오픈마켓을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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