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태훈기자]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서는 알뜰폰 자체의 자생력 강화와 통신 시장의 변화가 중요하다."
가입자 및 수익성 둔화를 겪고 있는 알뜰폰 활성화가 자칫 추가 도매대가 인하 등 이동통신사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조짐이다.
정부가 알뜰폰을 통해 통신비 부담 완화를 꾀해왔으나 보편요금제, 선택약정할인 확대 등
추가 요금인하로 오히려 알뜰폰과 이통사 양쪽 모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 불균형을 낳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한 쪽을 규제하는 방안 대신 알뜰폰과 이통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및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알뜰폰이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를 통해 제4 이동통신을 대신할, 이통사와 경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 인하 첨병, 알뜰폰의 미래는?'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이 같은 방안 등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720만 명(2017년 6월 기준)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1.7%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들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재무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상황. 누적적자(2011년~2016년)만 3천30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알뜰폰 업계는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종합적인 도매제공대가 산정 방식 개선, 알뜰폰을 제4 이통사를 대체하는 경쟁주체로 인정, 시장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풀 MVNO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 LTE 도매대가 알뜰폰 수익배분 비율 10%포인트(p) 상향 ▲보편 요금제 도입 시 도매대가 특례 인정 등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의 빠른 추진도 촉구했다.
황 부회장은 "정부가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도매대가 알뜰폰 비율 10%p 상향, 보편 요금제 도입 시 특례 인정 등 대책을 내놨지만, 10%p 상향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며, "특히, 보편 요금제는 알뜰폰이 생존할 수 있는 수준의 도매대가가 어느 수준인지, 또 실현 가능한지 가늠이 안 돼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3천~4천원에 불과한 선불 서비스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알뜰폰 업체가 전체적으로 흑자가 될 때까지 전파사용료 면제가 지속돼야 한다"며 "이후 ARPU 비율을 고려한 전파사용료 체제가 바람직하며,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와 다른 서비스를 개발·보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황 부회장은 또 "알뜰폰의 법적 개념을 이동통신서비스 제공자로 재정의 해야 한다"며, "상호접속기준에 따라 이통사 설비와 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 도매제공 사업자의 소매가에서 회피가능비용을 제외하고 산정하는 현재의 도매대가산정 방식에서 합리적 원가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 역시 알뜰폰 사업자의 자생력 확보와 통신 생태계 정책 변화와 함께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선, 알뜰폰 중장기 활성화 정책 로드맵 구축 등 알뜰폰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수 교수는 "알뜰폰은 약정할인 25%는 물론 향후 보편요금제 도입 시 (가격경쟁력 상실) 등 업계가 고사위기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알뜰폰이 제4 이통 사업자를 대체하는 실질적 경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도매대가 산정방식에 대해서도 "현 방식이 데이터중심 요금제 도입(2011년) 및 급격한 데이터 통화량 증가 등 통신 시장의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규제 간의 불일치에 따라 발생하는 MNO(이통사)와 MVNO(알뜰폰)간 의견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매대가 산정방식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알뜰폰 중장기 활성화 정책 로드맵 구축과 관련해서는 "MVNO를 보완재로 판단할 경우, 이통 시장에서의 MNO와 MVNO 역할 규정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산업 및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로드맵 개발 측면에서 MVNO의 경쟁력 강화를 어떠한 방식으로 유인할 지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우리나라 MVNO 시장은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정책이나 법제는 여전히 시장 진입의 위험이 적은 단순 무선재판매(SP) 및 부분MVNO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며, "MVNO의 역할 및 장기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가 필요, 현재의 SP 수준에서 벗어나 풀 MVNO를 지향하도록 정책로드맵을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4 이동통신으로서의 역할 수행 ▲유통망 확대 ▲도매대가 추가 인하 검토 등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김재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알뜰폰이 실질적인 제4 이동통신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역할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이통사의 불공정행위 점검 등 공정경쟁 환경 조성과 알뜰폰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매대가 추가 인하 검토 등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추가 도매대가 인하 등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이통사업자를 규제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이원화 또는 육성책 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형곤 통신사업자연합회 사업협력실 실장과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 교수는 이 같은 문제에 목소리를 냈다.
김형곤 통신사업자연합회 사업협력실 실장은 "알뜰폰에 대한 특혜성 정책 지원이 지속될 경우,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 기회만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내 별정사업은 외국인 지분이 100% 허용돼 있어 해외 사업자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매우 용이한 환경"이라고 강조했당.
이어 "자본력이 있는 해외 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출 시 기존 알뜰폰 사업자의 붕괴는 물론 국부 유출의 우려도 높다"고 경고했다.
김 실장은 또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취약계층 감면 확대, 보편요금제 출시, 제4이통도입 등은 알뜰폰을 통한 요금 인하라는 기존 정책 방향과도 배치된다"며, "소매요금이 인하돼 알뜰폰의 경쟁력이 약화되니 도매요금 역시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는 정책 균형과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 서비스 활성화의 근간이 되는 5G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감안, 이통사가 미래에 대한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교 교수 역시 이통사와 알뜰폰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닌 정책드라이브는 실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이성엽 교수는 "경쟁 활성화 기반 마련 까지 도매제공 의무 서비스를 지정한 것처럼 전파사용료 감면도 일몰 없이 지속적인 효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알뜰폰과 이통서비스를 각각 저소득층·노인층 중심 서비스와 다량 사용자 중심 서비스로 이원적 구조를 가져가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알뜰폰을 풀 MVNO 방식의 대형 MVNO 사업자로 재편, 이통사와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 역시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비대칭적 규제에 의존하는 사업이 지속가능하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사업자 스스로 요금, 브랜드,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