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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위스키 업체, 신제품으로 실적 반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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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디아지오·페르노리카, '저도 위스키' 출시…골든블루 '견제'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위스키 시장 침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위스키 업체들이 '혼술족'을 공략하기 위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저도 위스키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실적 반등에 나선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오는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디아지오가 이 자리에서 선보이는 신제품은 기존 상품군에 없는 12년산 저도 위스키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지오가 위스키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지난해 11월 17년 숙성된 위스키 원액 99%가 사용된 '윈저 더블유 시그니처'를 출시한 지 1년 만이다.

경쟁사인 페르노리카 코리아 역시 오는 11월 스카치 위스키 베이스의 저도주 '디-라이트 바이 임페리얼(D-Light By Imperial)'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20~30대 소비자들에게 쉽고 편한 음용 경험을 전달하고자 만든 35도 저도주로, 12년산 위스키 원액이 사용된 '무연산 위스키'다. 페르노리카는 현재 같은 알코올 도수인 '35 바이 임페리얼'도 판매하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2030 젊은층이 좀 더 쉽게 위스키를 접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서도 2030의 감성을 반영해 역동성을 표현했다. 또 기존 제품들의 1세트(BOX)가 6병으로 구성된 반면 이 제품은 7병으로 구성해 양을 늘렸다. 공급가는 1병당 2만540원(450ml/부가세 별도)으로, 지난해 12월 출시한 '35 바이 임페리얼'의 가격(2만6천334원)보다 저렴하다. 1세트당 가격은 15만8천159원(부가세 포함)이다.

장 투불 페르노리카 코리아 사장은 "'디-라이트 바이 임페리얼'은 2030 소비자들은 물론 스카치 원액의 저도주를 처음 접하는 입문자들 역시 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며 "저도주 시장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페리얼의 저도주 제품 포트폴리오가 더 확대돼 보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임페리얼은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가 '저도 위스키' 신제품을 또 다시 출시하게 된 것은 '위기감' 때문이다. 주류 트렌드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위스키'가 점차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자 이 업체들의 실적도 몇 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태다. 특히 페르노리카는 한국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한국법인 연매출이 2천억 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결산법인인 페르노리카 코리아와 페르노리카 임페리얼의 2016년 회계연도(2016년 7월~2017년 6월) 매출액은 각각 967억 원과 998억 원을 기록했다. 두 법인을 합산한 페르노리카 한국법인의 지난해 총 매출은 1천965억 원으로, 전년(2천247억 원)보다 13% 하락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희망퇴직금 반영(100억 원)으로 인한 기저효과, 비용 효율화 등으로 같은 기간 동안 전년 대비 73% 증가한 319억 원을 기록했다.

디아지오코리아 역시 2016년 회계연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5% 하락한 3천25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9%나 급감한 568억 원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불황에 저도주 트렌드가 확산되며 위스키 시장이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데다 가볍게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늘어나고 술 문화 역시 '양폭(위스키+맥주)' 대신 '소맥(소주+맥주)'을 즐기는 분위기로 바뀌며 위스키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위스키 출고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주류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전년 반기 대비 4.3% 감소한 6만7천243상자(1상자=500ml×18병)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면 올해 연간 출고량은 160만 상자에도 못 미쳐 9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위스키 전문기업인 골든블루는 일찌감치 '저도 위스키'로 시장을 공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업체가 출시한 '골든블루 사피루스'는 출시 5년만에 판매량 기준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서 최근 1위로 올라섰다. 이 제품은 골든블루가 지난 2012년 출시한 알코올 36.5도의 저도 위스키로, 지난해 시장 2위로 올라선 지 1년여 만에 부동의 1위 '윈저'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골든블루가 밝힌 판매량은 올해 1~9월 기준 17만6천584상자로, '윈저 12(13만6천640상자)'보다 높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골든블루 사피루스'가 1위를 차지한 것은 한국 주류문화가 저도 위주로 바뀌고 있는 데다 이 제품이 100%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원액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경쟁사들은 골든블루의 집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현재 골든블루가 자사에 유리한 숫자만 활용해 자료를 발표했다며 발끈하고 있다. 이들은 무연산 위스키인 '골든블루 사피루스'와 연산 위스키인 '윈저 12'의 수치를 비교하는 것은 기준이 달라 인정할 수 없고 골든블루가 '기타주류'를 제외하고 판매량을 집계했기 때문에 수치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연말 성수기인 4분기 판매량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를 앞세운 것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골든블루는 다음달 '골든블루 사피루스'를 리뉴얼 출시해 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골든블루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같은 달 신제품을 출시하는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를 견제하기 위한 행동인 것으로 관측했다.

리뉴얼된 ''골든블루 사피루스'는 스코틀랜드산 원액에 50년 경력의 마스터블렌더 노먼 메디슨의 정교한 블렌딩 기법이 더해져 한층 더 풍미가 깊고 부드러워진 맛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바틀 디자인은 블루 사파이어를 모티브로 한 보석 커팅기법인 트릴리언트 컷(Trilliant cut)을 적용했다. 또 이 제품의 알코올 도수와 가격, 용량은 모두 기존과 동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양주를 선호하는 이들이 줄어든 상태에서 업체들이 '제 살 깎아 먹기' 경쟁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업체들의 무리한 홍보와 계속된 연산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외면만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스키 업체들이 주류 트렌드에 맞춰 앞 다퉈 가격을 낮춘 저도 위스키를 출시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위스키를 어떻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은 없는 듯 하다"며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기 보다 2008년 일본에서 시작된 산토리 위스키의 '하이볼 프로모션' 같이 소비자 기호에 맞춰 음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시장을 키워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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