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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금투협 "증권사 키울 30대 과제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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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되 잘못 엄히 처벌" 제언…"해외와 여건 균형 필요"

[아이뉴스24 이혜경기자] 한국금융투자협회(회장 황영기, 이하 금투협)가 증권회사 국내외 균형발전을 위한 30대 과제를 제시했다.

큰 틀에서 보면 ▲혁신성장 지원 ▲기업금융 기능 강화 ▲가계 자산관리 지원 등을 위한 방안으로, 금융당국과 국회에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되, 증권사들이 잘못하는 부분은 강하게 처벌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제언이 뼈대를 이뤘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한 관련 브리핑에서 "지난 1997년말 외환위기 후 기업대출, 신용대출 등 위험자산에 대한 극단적 회피 현상이 금융산업 전반에 퍼지며 모험자본 공급이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이 많이 축소됐는데, 새 정부 들어 혁신성장의 핵심인 창업,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이 강조되고 있다"며 "지금은 이런 모험자본 공급의 주체로 금융투자사들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로, 시대적 요청으로 보고 무겁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이번 과제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황 회장은 올해 초 신년간담회에서 "해외 IB들이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투자 수익을 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왜 못하나를 고민했는데, 해외와 비교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국내외 금융사들의 균형발전을 위해 관련 법규와 업계 관행의 개선이 필요함을 거론한 바 있다.

이번 30대 과제는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으로, 황 회장과 금투협 임직원들이 글로벌 금융투자사들의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해외와의 격차 완화를 위한 국내 개선방안을 듣고 도출한 것이 특징이다. 당초 100대 과제를 뽑았으나 너무 많아 소화가 어려움을 감안해 증권사 사장단 토론회 등을 여러 차례 거쳐 그 중에서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것을 골라 30대 과제로 압축했다는 설명이다.

◆투자 늘리려면 회수시장부터 키워야

금투협은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를 위한 사모시장·전문투자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은 사모시장을 통한 모험자본투자가 공모시장 대비 웃돌지만 국내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공·사모 판단기준을 현행 '청약 권유자 수(數)'에서 '실제 청약자 수(數)'로 개편해 사모시장을 확대하고, 전문투자자 범위를 전문성 있는 개인투자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업공개(IPO) 업무 원활화 방안도 다수 제기했다. 증권회사가 혁신성장 지원을 확대하도록 하는 유인제공을 위해 IPO 규제개선 및 시장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금투협의 생각이다.

이에 현재 증권사들이 5% 이상 지분투자한 비상장기업의 상장주관업무를 할 수 없는 제약 해소가 필요하고, 관계인수인 인수증권에 대한 수요예측 참여도 허용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코너스톤 인베스터(cornerstone investor, 초석투자자)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홍콩에서 발전돼 유럽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이 제도는 성장기업의 IPO시 수요예측 이전에 기관투자자 등에 물량을 우선배정해 가격발견기능을 제고하는 것이다.

금투협은 비상장주식 거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비상장주식에 과도하게 높은 양도세를 상장주식거래와 동일하게 면제하고, 거래 인프라를 개선해 비상장주식거래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모든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려면 투자금 회수(엑시트:Exit) 활성화가 필수적인데, IPO 시장이 있긴 하나 상장이 쉽지 않기 때문에 비상장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담보 부족으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신성장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컨버터블노트(약정시점(또는 투자자 전환권 행사시점)에 주식전환 또는 원금상환 받는 방식) 및 SAFE(향후 지분제공을 위한 간편화된 계약으로, 채무적 성격이 없는 전환증권)의 국내 도입 ▲메자닌채권(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거래 활성화 ▲공모 기업지원전문회사(BDC) 제도의 국내 도입도 제안했다.

이 밖에도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는 금융투자상품 방문판매, 독립투자자문업자(IFA) 활성화, 구조화(Structuring) 등을 통한 인프라 산업 참여, 해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증권사의 해외진출 제약 요인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주치의 키우고 자본시장 가치평가 자율화 도입해야

증권사들의 기업금융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실리콘밸리 등에서 활동하는 해외IB의 테크 뱅커(Tech. Banker: 산업분석 및 기업 전략자문, 기업 자금조달 등 기업 활동전반을 지원하는 컨설턴트) 같은 이들을 육성해 '기업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내는 차이니즈월(내부거래의 정보교환 금지)로 인해 산업전문가 육성이 어렵다며, 증권사내 일정요건을 갖춘 산문업전문가를 차이니즈월에서 자유로운 직능으로 분류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투협은 이와 함께 M&A 등에서 이뤄지는 자본시장의 가치평가도 자율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황영기 회장은 "국내에선 상장기업이 합병하려면 자본시장법에서 합병 가액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정해져 있는데,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이사회에서 직접 정한다"며 "이는 대기업의 이사회를 국민들이 믿지 않기 때문에 법으로 규정해 둔 것이지만, 그러다 보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논란처럼 법에는 부합하지만 상식에는 어긋나는 일이 생긴다"며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본시장법에서 정해진 합병 비율을 풀어주고 이사회에 맡기는 대신, 부당한 합병이 일어나면 소송 등을 통해 이사회에 책임을 지우는 식으로 해야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투협은 이 외에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원활한 기업 자금조달 지원, 민간자본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지원, 기업금융 등 특화 증권회사 육성 지원, 투자은행(IB)-자산관리(WM) 연계 비즈니스 사업 활성화 추진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자투리 퇴직연금 모아서 기금형으로 크게 굴려야

금투협은 퇴직연금의 기금형 운용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연기금들은 수조~수백조원 규모로 국내증시 외에도 해외 대체투자 등으로 다양하게 분산투자해 특정 자산의 영향을 적게 받은 덕분에 4%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며 "하지만 퇴직연금은 특정기업의 자금만 따로 굴려서 규모가 작기 때문에 분산투자하기가 어렵다 보니 수익률이 1%선으로 저조한데, 따라서 다수 기업들의 퇴직연금을 모아 국민연금 같은 큰 기금으로 만들어 분산투자 효과를 높이고 수익률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호주에서도 퇴직연금을 기금형으로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투협은 더불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종합저축계좌 활성화 추진,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편의성 제고를 위한 비대면 일임계약 전면 허용 추진, 가계대출 구조화(부동산 담보 등 가계대출채권 기초 유동화 증권 발행 활성화) 등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증권사 수익모델을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commission-based)가 아닌 고객 자산관리 자문에 대한 상담수수료를 받는 '보수기반(fee-based)'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국내 실정에 적합한 자문보수 체계(정률형·정액형·혼합형) 도입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투협은 이 밖에도 자본시장법 규제 체계를 원칙중심규제(허용하는 것 외는 모두 허용. 그 대신 잘못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로 전환하고, 자이니즈월 규제도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금투협은 이와 같은 30대 과제가 빠른 시일 내에 추진되면 증권회사가 혁신·신성장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투자 및 자금지원의 활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출을 통한 일시적인 자금제공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의 생애주기 단계별로 맞춤형 자금을 연속성 있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가계 자산형성 기여와 관련해서는 증권회사 자산관리서비스 전문성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가계 자산형성 및 다양한 포트폴리오 마련의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봤다.

아울러 해외IB, 해외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금융시장을 형성하고 그 속에서 국내 증권회사도 공정하게 경쟁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수의 혁신기업 출현, 자산관리 전문가 육성,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및 해외진출 등은 일자리 창출로 연계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투협은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 '일자리중심 경제' 지원의 핵심이 되는 모험자본 공급을 자본시장이 주도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정부 등과 협의할 방침이다. 사모시장·전문투자자 확대, 원활한 IPO업무 추진, 비상장주식거래 활성화 등을 추진해 국내 타 금융기관과 차별화된 혁신성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30대 핵심과제 중 추가 연구가 필요한 과제는 연구용역을 수행해 전략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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