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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학계 "정부 규제, 유통업계 4차 산업혁명 의지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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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유통산업 발전방향' 세미나 개최…"소비자 후생 동시 고려해야"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한국과 일본 학자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유통산업이 발전하려면 과도한 정부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규모 유통업체에 대한 영업제한과 입점규제가 4차 산업혁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유통업계의 성장의지를 꺾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유통산업 발전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한·일 공동 세미나에서 "유통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정부 규제로 국내 많은 유통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쫓아갈 동기부여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유통업계 긴장감이 높다.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업태 간 융합이 이뤄지면서 신 업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마존 등 이커머스 업체가 오프라인 유통업계까지 점령하면서 전통 유통사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국내 유통사 대표로 참석한 이진성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도 "백화점이나 마트는 대표적인 플랫폼사업자인데, 4차 산업혁명시대로 접어들면서 네이버와 구글과 같은 IT업체가 플랫폼 공급자로 자리 잡고 있다"며 "롯데 같은 기존 유통사는 이들의 벤더사로 들어가는 구조라 자칫 유통업을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유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발적인 혁신 노력 외에도 정부의 직간접 역할이 더욱 중요한데, 우리 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올해 발의된 대규모 점포 규제 법안만 총 28개에 이른다.

문제는 유통산업 규제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전통시장수와 점포수는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매출액은 2013년 이후 하향안정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추가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 강화를 위해서는 기존 규제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유통산업 발전과 구조의 변화, 소비자 후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유통산업 내 이해관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유통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유통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의 장소적 개념이 지배적이지만 미래 유통시장은 정보와 지식, 콘텐츠의 역량이 좌우할 전망"이라며 "현재 산업별 정책 당국 분리로 중복 투자가 발생하고 소비자 후생도 저하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유통 컨버전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본 유통 규제 역사와 전망'을 주제로 강의한 카와노 사토시 일본 센슈대학교 상학부 교수 역시 실효성 없는 정부 규제책을 비판했다. 특히 지난 1974년 일본에서 도입된 대규모소매점포법(대점법)의 한계에 대해 강조했다. 대점법은 면적 1천500㎡ 이상의 대규모 소매점포의 소매업 활동을 제한한 법이다.

사토시 교수는 "1980년대는 대규모 소매업자에 대한 규제가 가장 엄격했던 시대"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2년 172만1천개였던 소매점포수가 3년 후 162만9천개로 줄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영세 소매업자였다. 정부가 대규모 소매업자의 출점을 조절한다고 해도 중소 소매업이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규모 소매업자에 대한 규제는 경쟁 구조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출점에 성공한 대규모 소매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으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기 쉽다. 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는 혁신이 이뤄지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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