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를 가장 역점에 두겠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23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벤처기업들이 새로 나오고 혁신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탈취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며 "이 문제를 역점에 두고 가장 먼저 성과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장관 임명 전에도 수차례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대한 근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 청문회에서 그는 "대기업들이 손쉽게 중소기업들의 기술을 탈취하기에 굳이 인수·합병을 하지 않는다"며 "중기부가 중소기업의 대변인이 돼 대항권을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장관 임명 후 재차 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향후 이와 관련한 중기부의 구체적인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업무보고를 보니까 기술임치제도도 있고, 중기부 내에 기정원(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도 있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도 이에 대해 관리하는 부서들이 있더라"며 "기술탈취 문제만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임치제도는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중기부 등 관련 기관에 보관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을 방지하는 제도다.
홍 장관은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보다는 구조적인 해결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기술탈취 방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일 수 있는 '대기업 때리기' 논란을 일축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서 혁신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M&A 활성화가 중요하다"며 "그런 기업들에 대해 혜택을 늘려가게 되면 M&A가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금방 협조해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를 강화할 부분은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장관은 "그 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였던 부분, 특히 대형쇼핑몰 등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규제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며 "대형쇼핑몰이 교외에 있으면 상생이 가능한데, 규제가 불완전하다보니 도심으로 들어온다. 규제를 보다 안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방향은 그쪽으로 가야 한다고 확고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중소기업이 느끼는 부작용이 없도록 현장을 찾아가고,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단축이든, 최저임금 인상이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수요가 대폭 늘어나지 않으면 어렵다"며 "이들의 수요를 근본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자금의 벤처기업 유입에 대해서는 "혁신성장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벤처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시장이 중요한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M&A를 해서 자금을 회수하든지, 코스닥이 활성화돼서 자금을 회수하든지 하는 등의 방식이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불발 등으로 인한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겸손하게 일을 처리하겠다는 자세를 갖췄다"며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중소기업을 위하는 마음은 다들 같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등 중소기업 관련 기관장에 잇따라 친문재인 인사가 선임됐다는 지적이 일며 논란이 된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인사 시스템을 제안했고, 외국 벤처기업들의 인사 정책을 따를 것"이라며 "사람들이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내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소신을 밝히고 평가받을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대기업들도 무너진다"며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은 함께 가는데, 돈이 돌지 않으면 대기업들의 수요가 떨어져서 대기업들도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대기업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을 '소중기업'으로 바꿔 부르고 싶다"라며 "세계화와 기술진보라는 파도를 꿰뚫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업들이라는 의미에서 제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부를 것"이라고 했다.
홍 장관은 "30~40년 전에는 삼성, 현대 등도 벤처기업이었다"며 "이 같은 벤처기업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성장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년 전부터 더 이상 이러한 벤처기업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 한국의 문제"라며 "세계화와 기술 진보라는 파도로 인해 양극화는 심해지고,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 거대한 흐름을 바꿔 보기 위해 중기부로 승격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며 "굉장히 중요한 부서이고, 누구보다도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막중한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도 열심히 해서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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