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국내 정유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비정유 사업으로의 확장에 나서는 가운데, 윤활유 사업이 각 업체들의 영업이익 신장에 톡톡히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 고품질 윤활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만큼의 공급 증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윤활기유 스프레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윤활유 시장은 윤활기유와 윤활유로 나뉜다. 윤활기유는 윤활유의 기초 원료로,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을 생산하고 남은 잔사유를 활용해 만들어진다. 윤활유는 윤활기유에 첨가제 등을 넣어 만드는 제품이다.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은 이전부터 꾸준히 윤활유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정유업체들의 비정유 부문 사업 확장이 가시화되면서 윤활유 사업부문에서의 견실한 성과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주요 업체들의 윤활유 사업부문 연간 실적은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에쓰오일이다. 지난 2015년 영업이익 3천111억원,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 23.2%를 기록한 에쓰오일은 이듬해 영업이익 4천185억원(31.9%)으로 성장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천398억원(28.4%)으로 이미 2015년 전체 영업이익을 뛰어넘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부문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지난 2015년 연간 영업이익 2천950억원, 영업이익률 11.2%를 기록했는데 이듬해 4천685억원(18.5%)으로 가파른 실적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3분기까지 총 누적 영업이익은 3천592억원(16.1%)이다. SK루브리컨츠는 그룹 3 윤활기유시장 점유율 35% 내외로 세계 1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룹 3 윤활기유는 주로 고급 자동차용으로 쓰이는 제품이다.
GS칼텍스 역시 2015년 실적 1천959억원(17.5%)에서 이듬해 2천419억원(23.2%)으로 실적이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천558억원(18.6%)이다.
지난 2012년 윤활유 부문 자회사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설립해 상대적으로 관련 시장에 늦게 진출한 현대오일뱅크 역시 빠른 속도로 영업이익이 성장하고 있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지난 2015년 연간 영업이익 445억원, 영업이익률 7.8%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영업이익 922억원, 영업이익률 18.5%로 2배 이상 실적이 좋아졌고 올해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천27억원(19.2%)으로 이미 지난 한 해 영업이익을 돌파했다.
이처럼 윤활유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전세계적으로 윤활유 소비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고급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급 윤활기유 수요가 특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힘입어 윤활기유 스프레드(제품 판매가와 원재료의 가격 차이) 역시 지난 2분기 들어 톤당 280달러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톤당 196달러였던 것이 크게 올랐다.
이미 각 업체들은 발빠르게 윤활유 시장 확대에 나서 왔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 1일부터 글로벌 타이어 제조업체인 미쉐린의 중국 내 1천500개 판매망을 통해 자사의 윤활유 제품인 '지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향후 미쉐린에 변속기용 윤활유 제품 3종과 브레이크 오일 제품 등을 추가 납품해, 세계 2위 규모 윤활유 시장인 중국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 2014년 9월에는 스페인의 다국적 에너지기업 '렙솔'과 연합해 스페인 현지에 윤활기유 공장을 완공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2010년 인도, 2012년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윤활기유 판매를 시작했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세계 윤활유 시장 2위, 3위 국가다. 이러한 해외 진출 노력으로 인해 현재 윤활기유 전체 생산 물량 중 수출용이 74%에 달한다. 에쓰오일도 지난 2008년 세계 4위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과 합작해 '에쓰오일토탈윤활유'를 설립했다.
이러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1일 "SK루브리컨츠의 다양한 성장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기업공개(IPO)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과 2015년에도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의 주식 상장을 시도했지만 증권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 상장 논의를 중단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 마진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는 정유사업과 달리 윤활유 사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수 있다"며 "당분간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윤활유 부문 실적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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