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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집유'에 일단 안도…계속된 재판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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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주도한 지주사 전환·해외사업 추진 속도…임원인사 곧 단행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이 그룹 총수가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를 면했다.

신 회장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10월 말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지만, 1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한 시름 놓게 됐다. 롯데그룹 역시 '총수 부재' 상태를 면하게 된 만큼 신 회장 주도로 추진해 온 국내외 사업과 지배구조개선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검찰 측에서 항소를 검토하고 있어 당분간 긴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신 회장에 대해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의 주요 관건은 롯데그룹이 피에스넷을 인수한 것과 관련해 재판부에서 신 회장의 경영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으나,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경영상 판단'이라고 봤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의 롯데피에스넷과 관련한 471억 원대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한 배임 혐의도 손해액을 산출하기 어렵단 이유로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로 인정해 형량을 낮췄다.

반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해선 배임 혐의 일부와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 벌금 35억 원을 선고했다. 조세포탈 혐의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허위급여를 준 부분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 점과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이 외에도 이날 재판에서 신 전 부회장은 무죄를,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징역 2년을,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는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한 시름 놓은 롯데, 기존 사업 일단 추진

그동안 신 회장을 한일 롯데 원톱으로 내세우고 지주사 설립을 통해 '뉴롯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롯데는 이번에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라는 악재를 피하게 됐다. 그러나 신 회장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검토하고 있고 일부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만큼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롯데 내부에서는 이날 재판에서 신 회장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도 보였다. 신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됐을 경우 그동안 추진해왔던 모든 사업이 '올 스톱' 될 수도 있었으나, 이날 신 회장에 대한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자 "일단 재판부의 입장에 대해 존중한다"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롯데 관계자는 "항소와 관련된 부분은 판결문을 받은 후 결정할 것"이라며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들도 무리없이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해외사업, 속도낼 듯…다음주 임원인사 진행

우선 롯데는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경영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통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기존대로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롯데의 지배구조개선 작업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이 핵심으로, 신 회장이 지난 2015년 약속했던 지배구조 개선안의 최우선 현안이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이 여러 상황으로 어렵게 되자, 지난 10월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쇼핑, 푸드, 칠성음료를 합병해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50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는 11개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순환출자고리를 청산하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도 모두 처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빠른 시일 내에 호텔롯데를 상장한 후 롯데지주와 합병해 지주사 전환 체제를 최종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번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주사 완성은 힘들어 졌을 것"이라며 "우선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만큼 당분간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겠지만 다음달 뇌물비리와 관련한 법원의 선고도 앞두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롯데는 신 회장 주도로 최근 활발히 진행해 왔던 국내외 신규 투자 사업에도 좀 더 속도를 낼 방침이다. 롯데는 기존에 진출해 있던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 외에도 중앙아시아, 유럽, 미국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 생산업체의 지분 100%를 인수했고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을 추진하는 등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남방정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인도와 미얀마에서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식품 부문에 약 2억5천 달러 정도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며, 베트남에서도 백화점, 쇼핑몰, 호텔, 오피스 등과 주거시설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를 2조 원을 투입해 조성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올 사와 함께 루이지애나주에서 약 35억 달러 가량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크레커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화학부문에서 약 2억 달러 가량의 설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만큼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롯데가 총수 부재 상황을 우선 피했지만 뇌물혐의 관련 재판을 남겨두고 있고 앞으로 항소를 통해 재판이 더 길어질 수도 있어 아직 안심할 순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롯데는 오너일가의 '경영비리' 재판으로 미뤄졌던 그룹 임원인사도 다음주 중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전방위 검찰 수사가 펼쳐졌던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불똥까지 튀면서 인사를 이듬해(2월)로 넘겼고, 이로 인해 재계에서는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롯데가 이번 정기 인사 역시 내년 초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실형을 면하면서 롯데는 기존대로 연내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계에서는 지난 8월 갑 횡포 논란이 불거진 이동우 롯데하이마트를 비롯해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 등의 거취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2월 롯데에 BU(Business Unit) 조직이 생기면서 계열사 대표급 교체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임원인사는 일부 계열사 대표 교체를 포함해 큰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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