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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세 논란' 하이트진로…편법승계 지원에 공정위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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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하이트진로 부당내부거래 엄중 제재…과징금 107억·관련자 고발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하거나, 삼광글라스를 교묘하게 속여 9년 5개월여 동안 부당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게 됐다.

15일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이 같은 부당내부거래로 중소기업에 피해를 끼치며 10여년간 총수 2세에게 편법승계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하이트진로가 79억5천만 원, 서영이앤티가 12억2천만 원, 삼광글라스가 15억7천만 원이다. 또 공정위는 총수 2세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을 비롯해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김창규 하이트진로 상무를 고발할 방침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이트진로는 박 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영이앤티는 2000년 설립 후 생맥주 기기를 제조해 하이트진로에 납품해오던 중소기업으로, 2007년 12월 박 본부장이 지분 73%를 인수한 후 2008년 2월에 하이트진로 기업집단에 계열 편입됐다. 박 본부장은 지난 2008년 4월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인력은 하이트진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인력으로, 서영이앤티 본사 핵심업무를 수행했다"며 "부당지원행위 등 하이트진로와의 각종 내부거래도 기획하고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인력 파견 직후 하이트진로는 맥주용 공캔 제조업체인 삼광글라스에서 직접 구매하던 맥주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했다. 공캔 1개당 2원을 지급하는 이 거래구조는 2012년 말까지 지속됐으며, 연평균 4억6천만 개가 이 같은 방식으로 거래됐다.

이에 따라 서영이앤티의 매출 규모는 지난 2007년 142억 원에서 6배나 급증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855억 원을 기록했다. 해당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49.8%에 달하는 56억2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2013년 1월부터 하이트진로는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를 교묘하게 속여 삼광글라스가 직접 구매하던 알루미늄 코일(공캔의 원재료)과 글라스락캡(유리밀폐용기 뚜껑)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거래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서영이앤티는 1년 1개월 동안 59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하고, 해당기간 동안 영업이익의 20.2%에 달하는 이익(8억5천만 원)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는 공캔 거래가 계열사간 거래이기 때문에 법위반 적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매출규모가 비슷하면서 외형상 비계열사 거래로 대체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며 "2014년 1월 말까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또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가 보유 주식을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인수자와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인수된 회사에 거래단가를 인상해주는 방식으로 우회지원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시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가 자금압박에 시달리자 키미데이타에 서영이앤티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의 주식 매수를 제안했다. 또 매매가격을 직접 협상하면서 미래수익가치법으로 평가된 금액으로 매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서해인사이트는 지난 2012년 1월 서영이앤티가 자본금 5억 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생맥주기기 유지보수 업체로, 하이트진로와 전속거래해 왔던 곳이다. 키미데이터는 하이트진로에 전산용품을 납품하는 비계열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키미데이타가 6억3천만 원 가량의 순자산가치를 주장하자 하이트진로는 키미데이타가 일정 기간 내 주식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이면약정을 제안·합의했다"며 "실제로 매각 이후 서해인사이트에 생맥주기기 A/S 업무위탁비를 대폭 인상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는 중소기업에 각종 피해를 끼치며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구도를 구축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표 결재 및 총수 2세 관여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용역대금 인상계획 결재란과 핵심내용을 삭제한 허위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법인과 해당직원에게 별도로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자료는 주식 고가매각 시 매수자와의 합의에 따라 서해인사이트에서 지급하는 생맥주기기 유지·보수 수수료를 높여주기로 결재한 문서"라며 "박 본부장은 지난 2012년 4월부터 서해인사이트 주식 고가매각에 직접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에게 공캔과는 전혀 무관한 글라스락캡 구매 시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영이앤티는 해당기간 동안 323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하고, 당기순이익의 1천309.9%에 달하는 이익(18억6천만 원)을 제공받았다.

특히 하이트진로의 교사를 받은 삼광글라스는 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를 개시하기 직전 실적부진을 이유로 납품업체들에 대해 일괄 단가인하(6%)를 실시했으나, 서영이앤티에는 5.57%의 마진을 제공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의 부당지원행위로 인해 공정거래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총수 2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영이앤티는 총수 2세인 박 본부장의 지분 인수로 하이트진로에 편입된 이후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지분 증여, 기업구조개편 등을 거쳐 2011년 현재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총수가 단독지배하던 구조에서 서영이앤티를 통해 2세와 함께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이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법위반을 명확히 인지하고서도 각종 변칙적인 수법을 통해 총수일가 소유회사를 지원한 행위를 적발하고 엄중 제재하기 위해 이 같이 조치했다"며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 편취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법위반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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