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계속되는 미국발(發) 통상압력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철강업계는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공동전선을 짜고 있다. 또한 일부 철강사는 관세 폭탄을 피하고자 아예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가 하면 무관세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7일 한국과 중국, 캐나다 등 6개국에서 수입한 대형구경강관(Large Diameter Welded Pipe)에 대한 반덤핑·상계 관세 조사를 시작했다. 대형구경강관은 주로 송유관 제작에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연간 대미 수출액은 약 1억5천만 달러다.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역시 통상환경의 불안정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무역 상무부는 지난 11일 철강을 타깃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결과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 안보를 저해하는지를 조사해 수입 물량을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사 결과에 따라 90일 이내 규제 수위를 정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국내산 철강제품에 대해 수입물량을 제한하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과 미국 정부의 무역협정(FTA) 개정협상도 변수다. 철강제품은 WTO 협정국간 체결한 무관세 원칙을 적용받고 있지만, FTA 상 무관세 원칙을 삭제하고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또, FTA 재협상으로 인한 자동차 산업의 타격은 후방산업인 철강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철강업계는 미국의 통상 압박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정부와 조율 작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철강 통상현안 국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업계와 소통하며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현지대응과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워싱턴 DC에 미국법인 산하 통상사무소를 설치하고 통상 전문 변호사를 채용했다. 아울러 본사 무역통상그룹과 공동으로 현지에서 전략적 대응에 나섰다.
미국 시장의 의존도가 높은 유정용 강관(OCTG) 생산기업은 아예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정책으로 특수를 누려온 이들 기업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을 위해선 현지 공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세아제강은 지난 2016년 휴스턴 현지 유정용 강관 전문 업체인 '라구나 튜블라 프로덕트 코퍼레이션'과 'OMK 튜브'를 인수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넥스틸 역시 올해 상반기까지 휴스턴에 OCTG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국내 생산라인 5곳 중 2곳을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기업도 있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에 차량용 강판 공급을 추진, 오는 2020년까지 100만톤을 판매할 계획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