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정부가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을 도입했으나 중소 패션의류업체 사이에선 "실효성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산업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전안법 개정안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기존의 '공급자적합성확인대상' 생활용품 중 위해도가 낮은 일부 제품을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으로 지정하는 게 골자다.
공급자적합성확인대상은 판매자가 시험성적서 등 안전기준 적합 증명서류를 보관해야 하고 인터넷 판매 시 KC마크를 비롯한 안전 관련 정보를 게시해야 했지만 안전기준준수대상은 시험검사와 국가통합인증(KC)마크 표시 등의 의무가 면제된다.
김재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과장은 지난주 진행된 업계설명회에서 "전안법 개정안은 미국·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후관리 체계와 같다"며 "기존에는 모델별로 시험 의무를 부과하고 KC마크를 붙이도록 했는데 앞으로는 시험검사 의무가 줄어들면서 업체의 비용 부담도 줄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소 패션의류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들은 전안법 개정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성인의류·가죽제품 등이 공급자적합성확인 품목에서 안전기준준수대상으로 지정됐으나 KC인증을 위한 ▲산도(PH) ▲포름알데히드 ▲아릴아민 등 3가지 안전기준은 그대로 유지돼 사전검증 의무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의류 도매업자는 "시험성적표나 KC마크 없인 구매자도 해당 제품이 3가지 안전기준을 준수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기준은 반드시 지키라 하니 사실상 시험검사는 그대로 하되 KC마크만 붙이지 말라는 것"이라며 "내 돈 주고 시험검사를 했는데 그걸 소비자한테 알리면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의 문제의식엔 공감하지만 사후관리를 하려면 기준이 필요해 안전기준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며 "국내 유통 의류업체의 70%가 안전관리 이행을 잘 한 만큼 시험검사 의무가 없어졌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은 제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더욱이 제조물 책임법과 전안법에 따르면 판매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되면 판매자인 소상공인 역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자칫 유해 제품을 판매했을 경우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어 판매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안전성 시험은 안 해도 좋은데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라'는 격이라는 성토가 쏟아져 나온다.
중소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대안으로 원부자재 안전관리 의무화를 제시한다. 최종 완성품이 아니라 원자재 단계에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원단제조사가 KC마크를 취득한 원단을 공급하면 완제품의 안전성도 높아지고 판매처의 사전검증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공급처는 한 곳인데 이를 활용해 제품은 제조·판매하는 곳은 수백개에 달한다. 원부자재 공급처에서 안전인증을 받지 않으면 같은 원부자재를 중복 인증하는 기존의 비효율을 줄일 수 없다"며 "원부자재에 화학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라도 안전인증 의무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표원 관계자는 "원단의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최종 제품의 안전성까진 담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제품 안전관리는 최종 제품 단계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또 원단 하나에도 수많은 가공단계가 따르는데 어디까지를 최종 가공원단으로 볼 것인지, 중간과정 중 어디에 책임소재를 둘지 등을 정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안법 개정안은 이달 말부터 3월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5월에 법제처 심사를 받는다. 6월에 국무회의와 차관회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되면 7월부터 개정된 전안법이 시행된다. 다만 연말까지 계도기간으로 정하고 단속은 가급적 줄일 예정이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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