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성지은 기자] 암호화폐 규제 방향을 놓고 여전히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블록체인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금융뿐만 아니라 의료, 물류 등으로 접목되기 시작한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열린 블록체인 관련 콘퍼런스에서는 전문가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정책을 제안했다.
디지털 공공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데이터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네트워크 사용자에게 내용을 분산·기록함으로써 정보의 위·변조를 막아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관리 비용을 줄이는 기술이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는 세계 블록체인 시장이 연평균 55% 이상씩 성장, 2021년에는 1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 외 의료·물류 등 산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6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美·英 블록체인 R&D 증가-스위스 ICO 가이드라인 공개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블록체인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정부가 나서 관련 산업 육성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블록체인 산업육성을 위한 정부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국토안보부와 에너지부는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 프로그램(SBIR)과 중소기업 기술이전 프로그램(STTR)을 통해 14개 과제에 약 378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중소 기업청을 중심으로 부처 R&D 예산의 일부를 강제 할당해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제도다.
영국은 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의료정보 솔루션 개발에 약 800만 파운드를, 경쟁 공모를 통한 분산원장 기술에 최대 1천500만 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다.
영국 과학부는 2016년 발간한 '분산원장기술: 블록체인을 넘어(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beyond block chain)'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 관련 8가지 사항을 권고하기도 했다.
스위스는 암호화폐 허브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월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경제부 장관은 현재 금융시장의 기준에 어긋나거나 해하지 않는 선에서 스위스를 암호화폐 허브 국가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엔 암호화폐공개(ICO) 가이드라인까지 공개했다. ICO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아 발생하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가이드라인은 ICO를 통해 발행한 암호화폐 유형을 지불형, 기능형, 자산형으로 구분한 것이 특징이다. 스위스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약 5억5천만 달러 규모의 ICO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두바이는 2020년까지 전체 정부를 블록체인으로 운영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특허 출원도 급증하고 있다. 그리드로직에 따르면 세계 블록체인 기술 특허 출원 수가 2013년 88건에서 2014년 191건으로 증가했고, 2016년에도 136건을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408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중국(251건), 한국(120건)의 순이었다.
◆"범정부 블록체인위원회 필요"…선택적 ICO 허용" 주장도 나와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ICO 금지에 따른 규제 개선, 블록체인 기술 R&D 다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블록체인 관련 국가연구개발사업 세부과제는 총 58개다. 그중 정부 R&D 규모는 총 143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파급효과가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훈 KISDI 부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을 가동해 급히 논의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상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위원과 정부위원으로 구성된 '블록체인위원회'를 설립해 각 부처별 실행계획과 주요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국내에서 출원한 특허와 R&D 과제를 분석한 결과 주로 블록체인의 활용과 보안에 집중돼 있었다"며 "합의 알고리즘, 처리속도, 확장성 등 기반 기술 영역 R&D와 출원 특허는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견기업과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네트워크 참여자를 모으기 어려워 퍼블릭 블록체인 개발에 주력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ICO를 통해 초기 자금을 조달한다"며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미국의 사례처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선택적 규제를 적용해 부분적으로라도 ICO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조기에 형성될 수 있도록 블록체인 자율경제지역을 조성하자는 주장도 있다.
임명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위원은 "국가(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블록체인 허브 특별시'를 제정하고 블록체인 시민증 발급, 세제 감면, R&D 지원, 기술정보 제공 등 새로운 세상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규 비즈니스 발굴을 위한 공모전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2년 연속 헬스케어 분야에서 블록체인 공모전을 진행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반기 내 '블록체인 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키로 한 상태다.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은 아직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다.
이중엽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암호화폐를 가상화폐, 가상통화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며 뚜렷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해외 국가들은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는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하기 위해 공모전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성지은기자 buildcast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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