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주파수를 말할 때 자주 거론되는 단어 중 하나가 회절성이다. 회절성은 주파수의 가장 핵심 성질 중 하나로, 이통사의 사업전략을 달리할 정도로 중요 요소다. 내년 5G 상용화를 외치고 있는 한국 역시 주파수의 회절성으로 인한 제약을 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해왔다.
주파수는 전파나 음파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일컫는다. 보통 100MHz라고 하면 1초에 1억번 진동하는 전파라는 뜻이다. 그래프에서 위아래로 반복해서 연결된 곡선을 떠올리면 된다. 저주파라면 1초라는 동일한 간격에서 곡선이 완만하게 그려지고, 고주파라면 곡선이 가파르게 오르내린다.
회절성은 이러한 주파수 진동으로 인해 얻어지는 특성이다. 회절성을 직역하면 꺾이는 성질이다. 회절성이 강하면 장애물이나 건물 벽 등을 만날 때 휘어 피하거나 뚫고 들어갈 수 있다. 반대로 약하면 장애물 등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해 사라진다. 회절성을 반대말을 찾으라면 직진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달리는 자동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저주파)는 갑자기 도로에 나타난 보행자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복잡하게 주차돼 있는 지하주차장 코너링도 수준급이다. 천천히 달리기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더 멀리까지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고주파)는 갑작스러운 장애물이 발생하면 피하지 못하고 충돌에 이르게 된다. 한번에 최대 속력을 내면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써 멀리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대신 속도는 확실히 빨라진다.
보통 이동통신용 주파수는 800MHz 대역부터 3GHz 대역 미만을 이용한다. 이통3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4세대통신(4G) LTE가 이에 해당한다. 그보다 아랫쪽에 위치하는 주파수는 연결성이 확보돼야 하는 비상용이나 항공기, 선박 등에서 주로 쓰인다. 3GHz 주파수 이상은 직진성이 강하기 때문에 특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 주파수 특성이 일조한 현재 통신경쟁 구도
현재는 네크워크 기술 고도화로 인해 통화품질에 큰 차이가 없긴 하지만 과거에는 주파수의 회절성이 통화품질을 좌우하는 중요 경쟁요소였다. 더 멀리 효율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낮은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했을 때 서비스 품질과 설비투자 면에서 이득을 봤다.
지난 1997년 10월 1일은 국내 3개의 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s)사업자가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때다.
앞서 011, 017 번호를 보유하고 있던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은 800MHz 주파수를 사용해 CDMA 방식의 통신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었다. 이와 달리 016, 018, 019 번호를 따낸 PCS 사업자인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PCS, LG텔레콤은 그보다 높은 1.8GHz 주파수를 활용했다.
이 차이로 인해 간혹 사용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들이 있었다. "PCS는 왜 지하에만 들어오면 안터지지? 011은 잘만 터지던데" 등의 말들이다. 이러한 현상 또한 주파수의 회절성에 기인한다.
결국 주파수의 회절성은 어느 정도 현재의 5:3:2 경쟁 고착구도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SK텔레콤은 1999년 12월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한국통신프리텔은 2000년 6월 한솔PCS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KTF로 바꾼다. LG텔레콤을 더해 3강 구도가 완성됐다. 혹자는 SK텔레콤이 유리한 주파수를 확보해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 5G 고주파 대역 활용으로 인한 사업전략 수립
주파수는 한정적 자원이다. 무턱대고 무제한으로 쓸 수 없다. 그와 달리 트래픽은 급증하고 있다. ETRI에 따르면 향후 6년간 국내 이동통신 트래픽은 10배 급증할 전망이다. 2023년에는 3.2엑사바이트(EB) 수준으로 올라선다.
급증하는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주파수 확보가 절실하다. 더 이상 이동통신용으로 적합한 대역만을 바라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업계에서 고주파 대역을 주목한 이유다.
국내서 5G 주파수로 확정한 대역은 3.5GHz 주파수와 28GHz 주파수다. 전세계에서도 6GHz 이하 및 밀리미터파(mmWave) 대역에서 5G 주파수 대역을 찾고 있다.
회절성을 고려하면 이통사의 초기 5G 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다. 확보한 3.5GHz 주파수 대역은 5G 전국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해줄 가능성이 높다. 28GHz 주파수는 전국망보다는 트래픽이 밀집되는 지역에서 보완재 역할로 우선 적용될 공산이 크다.
두 개의 주파수 대역 모두 고주파이기에 직진성이 크다. 장애물에 부딪쳐 없어지기 전에 주파수 신호를 유도해야 한다.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박아야 한다. 설비투자도 오른다. LTE 대비 전국망까지 걸리는 시간도 더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통사가 5G에서 기회를 찾는 이유는 청정지역에서 광대역폭을 활용, 더 빠른 속도와 초저지연능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데이터를 폭발적으로 전달해야만 하는 서비스 또는 끊김없는 연결이 중요한 산업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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