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이 거의 모든 나라와의 무역에서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는 지금, 무역 전쟁은 좋은 것이고 이기기도 쉽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 전쟁에 대해 강력한 의지와 자신감을 내 비친 것이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대해 대미 철강 수출국들은 국제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다. 각국의 사정이 서로 다르지만 피해를 보는 것만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상무부의 예외 국가 선정이 완료되는 24일까지는 로비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최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세 번째 미국으로 파견,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철강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한국이고, 이를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데 한국이 캐나다, EU 다음으로 많다. 즉 중국이 목표가 되면서 한국은 당연히 포함됐다. 실제 중국은 대미 수출이 11위이고 물량도 2%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시켜야 중국 제재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관세를 부과한 점을 들어 한국이 미국의 안보 동맹임을 내세우면서 예외를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가 않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한국을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해야하는 지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라인은 한국이 매우 중요한 동맹이므로 관세를 부과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경제라인은 한국을 중국의 값싼 철강을 재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면제 국가 선정에서 한국이 ‘특히 골치 아픈’(particularly nettlesome)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산 철강 수출품 가운데 파이프와 튜브 품목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9일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품목별 주요 영향 국가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산 파이프 및 튜브는 미국 수입 시장의 20%를 차지, 1위에 올라있다. 관세부과 조치로 한국 철강 제품 중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해 파이프 및 튜브 전체 수출금액은 27억 달러로, 이중 미국 수출액은 전체 60% 수준인 16억 달러다. 한국의 경우 파이프 및 튜브 외에 판재류, 스테인리스, 원형 강류, 반제품 순으로 피해가 예상된다. 또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 중 73.6%가 이번 관세 부과 조치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의 8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무역협회는 현재 부과되고 있는 반덤핑(상계) 관세에 추가적으로 232조 관세까지 중복 부과되면 우리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현재 한국을 대상으로 철강 총 수입금액 중 63%인 24억 달러어치에 반덤핑(상계관세) 규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98%가 232조 대상 품목에 포함됐다.
◇독일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 정부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EU가 미국의 징벌적 관세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유럽에서 수천 명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지난 해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49만4천대를 수출했고, 미국에서 3만6천백 명을 고용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판매는 지난 해 전년 대비 1%가 증가한 1백35만대였고, 시장 점유율은 7.9%였다. 베른하르트 마테스 독일자동차협회 회장은 “미국과 유럽의 무역 전쟁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양쪽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 전쟁에서 폭스바겐 자회사인 아우디와 포르세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와 포르세는 폭스바겐, 벤츠, BMW와는 달리 미국에 자체 공장을 갖고 있지 않다. 관세가 부과되면 폭스바겐은 미국 수출로 벌어들이는 순이익의 5%가 날아갈 것으로 추산된다. 벤츠와 BMW는 10% 안쪽에서 매출 감소를 경험할 것으로 알려졌다.
◇EUEU 집행위원회는 8일 회의를 열어 미국 관세 부관 결정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28개 회원국의 승인을 구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무역위원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취해질 경우 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품 중에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예비 리스트를 회원 국가와 협의해 작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름스트룀 위원장은 “버번 위스키, 땅콩 버터, 크랜베리, 오렌지 주스 등과 같은 품목이 물망에 오를 수 있으며 준비 기간을 갖기 위해 품목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대변인 알렉산더 빈터슈타인은 ”EU의 28개국이 하나로 뭉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철강 수입이 급증할 경우 세이프 가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EU의 경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가 유럽산 자동차에도 확대될 수 있다”고 재차 엄포를 놓았다.
◇기타 국가프랑스 경제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유럽연합 회원국과 공동으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장관도 이번 관세 조치가 “잘못된 방법”이며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조치는 실제로 효과를 낸 적이 결코 없다”고 비판했다.
대미 철강 수출량 2위인 브라질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결정되자 성명을 내고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한 양자, 다자 협의에서 “모든 필요한 행동을 취하겠다”며 경고했다.
◇문제는 중국 중국은 국가안전을 빌미로 예외 조항을 남용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왕허쥔 무역구제조사국장은 지난 9일 성명에서 “미국이 국가 안전을 명분으로 관세 부과를 결정했지만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알루미늄은 대부분 민간용”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세계무역기구를 대표로하는 다자 무역체계를 파괴하고 국제무역질서에 심각한 충격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이 무역을 정치화해 관세부과 등 WTO 규칙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개입한다면 중국도 반드시 보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은 대두나 항공기 같은 미국 수출 품목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는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애플이나 인텔 같은 미국 대기업을 쥐어짤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가장 큰 적자 대상국은 중국이다. 지난 해 미국의 대중국 적자액은 3,750억 달러에 달했고, 미국 전체 무역 적자의 65%를 차지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중국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하는데, 미국이 수입하는 물량이 소량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이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응한 추가적인 무역 제재를 수주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9일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중국 지적재산권 관행과 관련한 별도의 무역 조치를 곧 공개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 행정부의 새 조치는 지난해 8월 미 무역대표부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착수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현재 중국의 법, 정책, 관행 등이 미국 기업에게 기술 이전을 압박했는지 와 지적재산권을 적절하게 보호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이 조사와 연계해 미 정부 측은 수개월간 대응 방식을 검토해 왔다. 논의 결과 미 정부는 100개 이상의 중국 수입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발, 의류, 가전제품 등 광범위한 품목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중국 투자자나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나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취득을 막는 대미 투자 제한도 고려중이다.
한편 미국 내에서 격렬한 반발을 불러온 철강 알루미늄 관세와 다르게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대응은 미 산업계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 왔다. 미국 정보기술 기업들은 오랜 기간 중국의 무역 관행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미국 기업들에게 기술이전을 강요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정부 경제 관료들도 대체로 이에 대한 필요성을 수긍해 왔다. 사실 지적재산권 관련 조치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 이전에 시행될 계획이었으나, 이 순서가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철강 관세 발표로 뒤집힌 것이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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