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한국이 미국의 무역보호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일시 유예국으로 지정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철강관세를 연계하겠다는 의도를 공언해 온 만큼 FTA재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 등 일부 분야의 양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 정부는 한국에 철강을 볼모로 대중국 무역전쟁에 동참을 요구할 수도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EU)에 철강 관세 면제 대가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공조하라는 등 중국과 무역전쟁에 동참을 요청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철강 관세를 피하려다가 자칫 미중 무역전쟁에 휩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칫 미국의 요구대로 시장 개방도를 높일 경우 자동차 전후방 산업으로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한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6개국과 유럽에 대해 관세 부과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 국가에 관세를 보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측은 국가별 면제 협상을 다음달 말까지 끝낼 방침이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와 관련해 "우리의 희망은 4월 말까지 해결되는 것"이라면서 "일부 국가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관세를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철강 관세 일시 유예국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미국이 원했던 자동차 분야에서 일정 부분 양보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은 자국산 자동차가 한국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안전과 환경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국내 안전기준 미적용 수입산 자동차 쿼터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산 자동차에 국내 안전기준 미적용 쿼터를 2만5천대 할당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 기준을 아예 적용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자동차 시장 개방화 정도에 따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2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4만1천3대로 작년 같은 기간 3만2천886대보다 24.7% 증가했으며 점유율도 12.7%에서 15.8%로 3.1%P 상승했다.
특히 자칫 미중 무역전쟁에 휩쓸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EU와 철강 관세 협상에서 면제 조건으로 중국을 WTO에 제소하는데 공조할 것을 요구하며 반(反)중국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 폭탄을 부과하자 중국 상무부가 3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 협상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철강·알루미늄 규제조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효력은 서명일로부터 15일 후인 이날부터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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