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휠라코리아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지 1년 만에 2세 경영을 본격화한 가운데, 오너일가 지분이 낮아 경영권이 위태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최근 발표한 주식분할 카드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윤수 휠라 회장의 장남인 윤근창 부사장은 지난 23일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에 따라 휠라는 윤윤수·김진면 공동대표 체제에서 윤근창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휠라의 눈부신 성장을 보면 수긍이 가는 인사다. 지난해 휠라는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5천3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천179억원으로 1천741% 올랐다. 개별 재무제표는 아직 공개되진 않았으나, 윤 대표가 주도한 ▲브랜드 리뉴얼 ▲소싱력 강화 ▲유통구조 개선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본사를 인수한 2007년, 윤근창 대표는 연간 6천400만 달러의 적자를 내던 휠라USA에 입사해 유통·브랜드 운영 정책을 재정비하고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약하며 2015년 매출규모를 2007년 대비 10배가량 끌어올렸다. 2015년 한국본사로 옮긴 후엔 전략기회본부장과 풋웨어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작년 하반기부터 경영관리본부장·CFO를 맡았다.
특히 2016년 9월 출시된 '코트디럭스'는 2세 경영의 신호탄을 알렸다. 윤근창 대표의 주도로 탄생한 코트디럭스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5개월 만에 15만족이 팔리며 휠라를 1020대 브랜드로 떠오르게 했다. 통상 한 달에 1만족 이상 판매되면 '대박'이라 여겨지는 업계에서 이른바 '초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코트디럭스는 지난해 단일 모델로 100만족 판매를 돌파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작년 실적과 관계없이 지난해 4월 휠라가 지주회사인 휠라홀딩스(舊 에이치엠앤드디홀딩스)를 설립했을 때부터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분석한다. 당시 휠라는 윤윤수 회장과 윤근창 대표, 오너일가의 가족회사인 케어라인이 보유하고 있던 휠라 지분 20.12%(245만9천58주)를 휠라홀딩스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의 최대출자자는 윤윤수 회장(75.18%)으로, 윤근창 대표의 지분은 4.05%에 불과하지만 지주사 대표직에 이름을 올리며 사실상 휠라 지배구조 최정점에 섰다. 윤근창 대표는 그해 3월 지주사 지분 20.9%를 차지하는 케어라인 대표로도 취임해 사실상 휠라홀딩스에서 30%에 달하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
◆윤근창號 기대반 우려반…낮은 지분율 해결책은?
문제는 휠라에 대한 휠라홀딩스의 지분율이 낮다는 점이다.
현재 휠라홀딩스는 공정거래법상 요구하는 자회사 지분 요건의 최저한도(상장사 20%) 수준에서 휠라 지분(20.09%)을 보유하고 있다. 윤윤수 회장의 딸 윤수연 씨의 지분(0.2%)을 더해도 20.11%에 불과하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휠라의 5% 이상 주주는 휠라홀딩스를 제외하고 5곳이나 된다. 이들 지분의 총 합은 39.51%로 지주사 지분율을 위협할만한 수준이다.
더욱이 2,3대 주주인 KB자산운용(14.19%), 템플턴자산운용(10.51%)과는 지분율이 각각 5.93%, 9.6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휠라의 최대주주 자리는 몇 차례나 바뀌었다. 2013년 템플턴자산운용은 휠라의 지분율을 12.31%까지 끌어올려 윤윤수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11.54%)을 제쳤으며 2014년과 2016년엔 국민연금공단과 KB자산운용이 최대주주를 차지했다.
그때마다 윤윤수 회장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행사해 최대주주 자리를 탈환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BW를 모두 행사해 향후 지분 방어에 취약한 상태다. 이들 기관에서 경영 참여 의사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경영권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최근 발표한 주식분할이 경영권 방어 일환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휠라는 지난달 22일 유통주식수 확대를 위해 1주당 가액을 5천원에서 1천원으로 분할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발행주식 수도 5배 늘어날 예정이다. 휠라 측은 "윤근창 대표가 CFO로서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휠라코리아의 일평균 거래량은 4만2천618주로, 전체 발행주식 총수 대비 0.3% 수준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드시 추가 유동성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다만 액면분할로 소액주주들이 들어오면 주식 분산효과가 나타나 지분율이 높은 기관의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휠라 측은 "예전부터 유통주식 수가 적다는 피드백이 많아 이번 주식분할을 결정했을 뿐 경영권 방어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을 보안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곤 있지만 현재로선 확정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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