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STX조선해양의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정부와 채권단은 당초 STX조선 노사의 자구안 노사확약서 제출 시한을 9일 오후 5시에서 자정까지로 연기했다. 하지만 노사는 여전히 인적 구조조정이 담긴 자구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법정관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 노조는 오전 8시부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열고 인적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사측의 제안을 일정부분 수용하는 안에 대해 논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노조는 더이상 인적 구조조정은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을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당사를 기습점거하며 여당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인력감축을 단행해 8천600여명이던 직원을 현재 1천400여명으로 줄인 마당에 추가 인력감축은 부당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노조는 정부와 채권단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현대중공업 등에서 벌어지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고 조선소 노동자의 총고용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사측은 합의가 불발될 경우 바로 정리해고 절차에 들어갈 모양새다. 채권단이 요구한 고정비 40% 절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약 5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STX조선은 2차례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으나, 총 144명(희망퇴직 104명·아웃소싱 40명) 신청에 그쳤다.
STX조선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고 "구조조정 후 계속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인력도 뼈를 깎는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며 "복지 항목인 학자금 및 장기근속 포상금 지급 중단과 함께 임금삭감 등 추가적인 고통분담이 매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STX조선은 "조선 영업환경에선 몸집을 최대한 줄여 생존경쟁력을 높여 후일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사확약서 제출시한이 막바지에 이르러 이제 회사는 불가피하게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 생산직 조직 및 인력 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만이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공중분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수주잔량이 16척으로 내년 3~4분기까지 일감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동안 산업 컨설팅 결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해주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사가 인적 구조조정을 놓고 격돌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여전히 완강한 입장이다. 이미 정부가 부실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원칙을 천명한 마당에 입장을 번복할 경우 자칫 국민적 비판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채권단은 당초 노사확약서 제출기한을 STX조선 내규의 '영업시간'인 이날 오후 5시로 정했다. 하지만 오후 5시가 지나도 자정 전까지 자구안과 확약서가 제출되면 이를 받을 계획이다. 오늘까지 자구안 제출을 못하면, RG발급이 끊기고 STX조선은 사실상 법정관리에 돌입한다.
STX조선 노사의 입장차는 운명의 날인 이날 당일에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성동조선에 이어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노조가 이날 오후 성주영 산업은행 부행장과 최후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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