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철수키로 한 롯데면세점 자리를 두고 벌써부터 신라와 신세계를 비롯한 두산, 한화갤러리아, 현대백화점 등 주요 면세사업자들의 눈치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입찰 경쟁에서는 '화장품·향수' 판매 구역을 두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여 누가 승자가 될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이르면 12~13일 롯데가 반납한 3개 사업권에 대한 재입찰 공고를 내고, 다음주에 사업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인천공항공사가 국내외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국제입찰에서 '중복낙찰'을 허용키로 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다 반납한 곳은 화장품·향수 구역인 'DF1(면적 1천324㎡)'과 피혁·패션구역인 'DF5(면적 2천66㎡)', 전 품목을 판매하고 있는 탑승동 구역인 'DF8(면적 4천953㎡)' 등 총 3곳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면세점 운영경험·마케팅·상품구성 등 사업제안(60%) 부문과 입찰가격(40%) 등을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인천공항공사에서 1차로 면세사업자 2곳을 선정하면 관세청이 특허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결정한다. 다만 인천공항공사는 현행 3개 사업권을 유지하거나 DF8을 다른 구역과 묶어 2개 사업권을 통합 발주하는 방식으로 할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3개 사업권으로 발주하면 중복낙찰을 허용해도 대기업 독과점 논란을 피할 수 있지만 유찰 가능성도 있다"며 "2개 권역으로 묶는 방식은 유찰은 막을 수 있지만 특정기업의 독식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 공사에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신세계 강세 속 후발업체 눈치싸움 '치열'
최근 면세점 임대료 '27.9% 인하안'에 동의하며 공사와의 갈등이 일단락된 신라와 신세계는 롯데가 철수키로 한 3개 구역의 사업권 확보를 위한 준비에 일찌감치 돌입했다. 특히 '화장품·향수' 판매 구역을 놓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향수 품목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매출에서 38%(7억7천400만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모든 업체들이 눈독들이는 사업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세계 최대 규모의 화장품·향수 면세점 사업자로 부상했다는 점을 이번 입찰전에서 적극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신라는 현재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서 화장품·향수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또 올해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이 그랜드 오픈하게 되면 국내 면세점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연간 해외 매출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세계디에프글로벌에 신세계면세점글로벌을 흡수합병키로 하며 면세점 사업을 일원화시킨 신세계도 화장품·향수 사업권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과 패션 부문을 맡고 있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사업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과 향수는 출국장 면세점 구매율이 높아 면세사업자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구역"이라며 "인천공항 외에도 싱가포르, 마카오 등에서 화장품과 향수 품목을 운영하며 경쟁력을 갖춘 호텔신라가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유경 총괄사장의 지시를 받은 신세계의 공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3개 구역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는 이번 입찰에 다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업권 획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번 재입찰부터 이미 철수한 사업자가 면세점 특허 입찰에 참여할 경우 감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공사는 후속 사업자들의 특허기간도 2년이 아닌 5년으로 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3개 구역에서 7월 6일까지만 영업하는 롯데면세점은 재입찰 패널티를 받게 되면 사실상 사업권 획득이 어려워지는 만큼 업계 1위 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롯데가 반납한 사업권을 어떤 사업자가 가져가는지에 따라 업계 순위 변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면세사업 후발 주자들도 이번 후속 사업자 선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와 두산, 현대백화점그룹은 인지도 상승과 시너지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입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입찰 공고에서 공항면세사업 운영 경력이 필수 조건이 되면 두산, 현대백화점그룹은 불리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매출 규모로 한화를 꺾고 면세사업에 자신감을 얻은 두산이 이번 후속사업자 선정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현대백화점그룹도 최근 면세점 직원들을 인천공항에 거의 매일 파견해 분위기 파악에 나서는 등 입찰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 한화, 현대 등 면세사업 후발 주자들은 시내면세점 한 곳만 운영하기엔 수익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인천공항이 세계적인 국제공항인 만큼 해외 관광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시내면세점과의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보여 모두 입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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