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지난 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1,304억 달러, 수입은 5,055억 달러로 3,752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무역 적자 1천억 달러 상당을 줄이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미·중 교역액은 6,359억 달러였다. 그리고 미국 정부 추산으로는 1백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중국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 해 중국의 GDP는 11조9,958억 달러, 미국의 GDP는 19조7,390억 달러였다. 미국 무역 적자의 상당 부분은 중국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관세 전쟁이므로 두 나라의 수출입 현황을 보면 어떤 품목에 관세를 얼마나 메기는 것이 상대 국가에 가장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은 대두가 150억 달러로 가장 많고, 다음이 항공기 85억 달러, 면직류 34억 달러, 구리 제품 30억 달러, 소형 자동차 30억 달러 등의 순이다.
이에 맞서는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전자장비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1,500억 달러에 달한다. 다음이 기계류 1,124억 달러, 가구·조명·간판 등이 248억 달러, 장난감·게임이 267억 달러, 플라스틱 제품이 176억 달러 순이다.
이상이 두 나라의 전력 현황인데, 미국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라운드 1
[트럼프 대통령은 3월8일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알루미늄은 28억 달러에 불과하다. 전체 5천억 달러의 3% 정도다.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대신 한국이 유탄을 맞을 뻔했다.
*라운드 2
[철강류 관세가 별로 파괴력이 없음을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3월22일 중국에서 수입하는 5백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자 중국도 포문을 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11시간 후에 미국산 돼지고기·견과류 등 3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3일 25%의 관세를 메길 5백억 달러 상당의 품목 1,333개도 발표했다.]
중국의 30억 달러는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선정한 IT·BT 등 1,333개 품목은 중국이 앞으로 중점 육성하기로 발표한 10대 산업의 전략 품목이 모두 포함돼 있어, 아픈 곳을 찔린 격이 됐다. 중국은 2015년 발표한 ‘中國製造(중국제조, Made in China) 2025’ 프로젝트에서 집중 육성하기 위한 10대 산업을 선정했다. 5G 통신을 포함한 차세대 정보기술(IT), 로봇 및 첨단 공작기계, 항공 우주, 해양 엔지니어링 및 하이테크 선박, 선진 궤도 교통,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 장비, 농기계 장비, 신소재, 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이다.
*라운드 3
[드디어 참지 못한 중국이 본격적인 공격을 개시했다. 4월4일 미국이 수출하는 대두·자동차·항공기 등 미국이 발표한 액수와 같은 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 106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메기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국제무역기구(WTO)에 미국과의 무역 분쟁 협의 교섭을 요청하고 정식 분쟁 해결 절차를 개시했다.]
이번에는 미국이 아픈 곳을 찔렸다. 대두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해 준 팜 벨트(농업 벨트) 지역의 농민들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돼지를 기르는 10개 주중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주는 8개주에 이른다.
미국 농축산물 수출 가운데 대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가까이 된다. 중국은 돼지고기에 이어 대두까지 포함하는 농축산물 70% 이상을 목표물로 삼아 미국 농축산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준비를 마쳤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은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도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으로부터 만약 대두 수입이 막히게 되면 이를 대신할 물량을 다른 곳에서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브라질과 미국에서 대부분의 대두를 수입하고 나머지 국가들로부터의 물량은 미미한 것이어서 미국산 수입이 막힐 경우 수입 물량 부족을 겪을 수 있는데, 가축 사료로 쓰이는 대두는 중국 농가에도 꼭 필요한 곡물이다.
액수로 보면 농축산물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일자리 개수로 보면 플라스틱 제품 생산 노동자가 28만 명 가까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가장 크고, 다음이 항공기 생산 노동자 24만, 의약품 생산 노동자 23만, 육류 생산 노동자 15만, 자동차 제조 노동자 14만 명 정도 순이다.
*라운드 4
[4월5일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에 나서 중국의 농업, 제조업 등을 대상으로 추가 1천억 달러 상당의 품목에 추가 보관 관세 부과를 검토하라고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이로부터 며칠이 지난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아시아 보아오 포럼(BFA) 개막연설에서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염두에 둔 유화책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자동차 수입 관세를 현저하게 낮추고, 일부 다른 제품의 수입 관세도 인하할 것”이라며 “자동차 업종에서 외자 투자 완화를 추진하고 국제 무역 규칙에 따라 투자 환경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보낸 화해의 몸짓으로 읽혀진다.
특히 미국산 자동차 수입확대는 무역전쟁과 관련한 미국 내 반중 정서를 단기적으로 완화하면서 미 중서부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도시)’에 혜택을 줘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는 반가운 조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고맙다는 말로 화답했다.
또 시 주석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와 관련, “올해 안에 국가스마트재산권국을 새롭게 발족해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한 집행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이른 시기에 미가입 상태인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서명하겠다는 말도 했다. 3조1000억 위안(528조원)에 달하는 중국 조달물자 시장에 미국 기업의 진입을 사실상 허용한 것이다.
글로벌 헤게모니 쟁탈전 양상을 띤 자존심 전쟁이라 미국이나 중국이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나라다 복잡한 국내 사정으로 인해 자존심만을 내세다가 안팎으로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고, 그러한 사정을 양국 정상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소강상태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5분 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기다려 보아야할 것 같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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