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후판 제조사들이 3년간 동결된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에 나섰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를 비롯해 각종 반덤핑 관세에다 원재료 인상 등으로 후판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경영난에 시달리는 조선업계는 울상을 짓게 됐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을 톤(t)당 3만~5만원 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철강업체들이 올해 들어 원료 가격 상승으로 10만원에 가까운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인상폭을 대폭 줄였다는 설명이다.
보통 철강과 조선업계는 상반기와 하반기, 1년에 두 차례 후판가격을 놓고 협상한다. 이번 상반기 협상의 경우 양측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2개월 가까이 계속되다가 최근 협상이 마무리됐다.
특히 최근 조선업계에 연이은 수주 소식이 터지고 있는 데다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신호가 조금씩 나오면서 협상 과정에서 조선업계의 운신폭을 좁혔다. 실제로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수주실적이 중국을 따라잡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지난 3년여간 후판 가격의 실제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철광석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철강사들도 수익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불가피하게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4월부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가 선박을 건조하는데 사용되는 후판 가격이 65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오르게 됐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철판으로 선박 제조원가에서 10~20%를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철강업계의 경우 업황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금융권의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포스코가 상반기 후판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하면서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6만원을 유지했다.
현대제철은 미국으로부터 11.6%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받으면서, 후판 생산물량을 내수용으로 전환했다. 동국제강은 후판 사업부문이 조선업의 수주절벽으로 과거 40%에서 13%까지 줄였지만, 여전히 후판 사업부문은 핵심 사업으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지난 2016년 최악의 수주난으로 지난해와 올해 계속되는 매출절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어서 이중고가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는 3~4월 후판 가격 10% 인상 시 대우조선의 공사손실충당금이 최대 1천482억원으로 예상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선박을 건조하는 데 있어서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인상될 경우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안 그래도 내년 수주절벽이 최대치에 이르고 구조조정도 미적지근한 상황에 원가 인상 압박까지 받는 현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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