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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작업환경-직업병 인과관계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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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만위원회 발표…조사 대상 자료 적절성 등 논란은 남아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LCD 사업장의 유해화학물질 검출량이 극미량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자동화된 반도체 공정에서는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의 작업환경 노출과 백혈병, 뇌종양, 자연유산 등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서는 통계 유의성 등 문제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위원장 이철수)는 25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종합진단 보고회에서 "삼성전자의 최근 3년간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업장별로 검출된 유해인자 중 법적 노출허용기준 10%를 초과한 경우는 없었다"며 "유해화학물질 9종이 검출되긴 했지만 극미량 수준의 농도이므로 인체 유해성 판단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유지보수 작업 시의 공기 중 화학적 유해인자·전자파 노출도 대부분 검출되지 않았거나 극미량 수준으로 검출됐으며, 방사선 피폭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반인 선량한도인 연간 1mSv를 넘는 경우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의 작업환경 노출과 질병 발생 간의 연관성 및 인과관계 확인을 위해 백혈병, 뇌종양, 자연유산 등과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했으나 통계의 유의성, 연구 간 이질성 문제 등으로 인해 이들 질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위원회는 앞으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근로자의 직무력과 작업환경측정결과를 연결하는 직무노출매트릭스 구축 ▲화학물질 독성정보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통해 근로자들이 유해인자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교육 실시 ▲삼성전자 반도체·LCD사업장 재직자·퇴직자·보상대상자 등을 포함한 코호트 구축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건강지킴이센터 운영에 대한 적극적·지속적 홍보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건강증진프로그램 역량 강화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전위험관리시스템(HSE) 구축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이날 위원회가 강조한 것은 화학물질 리스트 공개와 코호트 구축이었다.

위원회는 "반도체 및 LCD 사업장 근로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건강 이상 발생 시 산재 판단을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전향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삼성전자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의 리스트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또 관련 정보공개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근로자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권고받았다.

코호트 구축에 대해서는 "코호트에 퇴직자 및 보상대상자도 포함해야 한다"며 "이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등 2차 자료와 연계해 작업환경에서의 유해인자 노출과 특정 질병 발생 및 사망 위험 간의 관련성을 장기적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조사는 삼성전자의 기흥 6-1라인, 온양 1라인, 아산 7-2라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라인을 조사 대상으로 선택한 부분에 대해 이철수 교수는 "반도체 산업 공정이 워낙 빠르게 변화해서 과거 노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가동되고 있는 시설 중 가장 오래된 라인들을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옴부즈만위원회는 2016년 1월 삼성전자,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가 합의해 꾸린 독립기구다. 삼성전자 사업장 내부의 재해관리시스템 강화 활동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산업보건, 법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이철수 위원장은 "옴부즈만 위원회는 삼성전자, 가대위, 반올림의 조정합의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옴부즈만 위원회가 공개하게 될 연구결과는 비단 삼성전자라는 한 기업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 전체, 나아가 국민 모두와 무관하지 않은 인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보고회는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적절했는지, 위원회의 결과 발표 용도로 삼성전자가 제공한 자료의 양이 충분했는지 등의 의문이 제기됐다. 반올림과 가대위 측은 이날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전자의 작업환경보고서를 토대로 발표됐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LCD 노동자들의 발병 사례는 대부분 그 이전에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밝히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위원회가 3년치의 작업환경측정결과만을 분석한 데 대해 "2014년 이전의 자료는 구할 수가 없었다"며 "3년치 자료를 분석을 해도 대략적으로 검출된 화학물질의 경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분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3년치의 작업환경보고서만을 위원회에 제공한 부분, 작업환경보고서를 삼성전자 내부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삼성전자 DS부문 임원은 "기업에서는 5년치 작업환경보고서를 보관하도록 법으로 정해졌고 저희는 매년 고용노동부에 이를 제출하며, 위원회에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보고서를 모두 제출했다"며 "또 보고서에는 '삼성전자 자체 조사'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전문 측정기관에서 조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지정한 측정 기관에 의뢰해서 나온 3년치의 보고서만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준 자료가 매우 제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가대위 측이 이날 보고회가 삼성전자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철수 위원장은 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개선사항을 적시하는 것"이라며 "이런 결과를 토대로 삼성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권고하는 것이고, 미래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점이라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수경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번 조사의 계기가 된 산업재해 사건은 1997년에 일어났는데, 작업장에 들어가서 봤더니 전체가 자동화돼 과거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며 "10년 이상 재직자들은 만날 수 있었지만, 퇴직자들은 개인정보 문제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많이 만나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박 교수는 현실적으로 전수조사가 쉽지 않다는 점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방사선 치료를 받은 어린이들의 암 발생 여부를 파악하는 연구 목적의 경우 장기간 전수조사를 동의 절차 없이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러나 한국은 법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을 넘는 관련 법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도 "위원회 활동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코호트 구축을 통해 향후 재발 방지에 대한 기반 조성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고용노동부의 환경보고서 공개 논란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해당 보고서는 화학물질 이외에도 제품, 공정 등 다른 내용들도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저희는 단지 화학물질 리스트 공개만을 요구했고, 다른 부분은 저희의 권한이나 능력 밖"이라고 일축했다.

화학물질 정보공개에 대해서도 "저희가 화학물질 공개와 관련된 어떠한 지침을 만들 능력이 없으며, 화학물질과 관련해서도 관련 법이 여럿 상충한다"며 "우리가 정부에 어떤 식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방향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옴부즈만 위원회는 이날 종합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부문별로 구체적 개선방안과 연도별 액션플랜을 함께 제시했다. 향후 삼성전자가 이러한 개선방안을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위원회가 장기간의 연구와 진단을 통해 제시한 제안을 충실히 검토해 세부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해 이행하겠다"며 "추가적인 위원회의 향후 활동에도 성실히 협력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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