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알뜰폰(MVNO) 상품의 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망 도매대가 협상이 곧 개시된다.
그간 알뜰폰 업계가 요구해온 지원책 중 가장 핵심이 LTE 수익배분방식 도매대가 인하인데, 데이터 제공량이 많은 요금제 구간에서 인하폭이 얼마로 정해질지 관심이다.
특히 최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한 정부 보편요금제에 알뜰폰이 최대 쟁점이 되면서 이번 협상에도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알뜰폰 업계가 보편요금제 도입 지원책으로 추가 도매대가 인하를 요구했고, 정부가 이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
문제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에 도매대가 추가 인하까지 이어질 경우 이동통신사로서는 수익 하락 압박이 가중되는 등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보편요금제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질 조짐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부터 도매대가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받아 조만간 본격적인 협상을 나설 예정이다. 추진에 속도가 붙는다면 올 상반기 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알뜰폰사업자를 대신해 망 도매대가 협상을 진행한다.
그간 도매대가 협상에서 알뜰폰 업계가 집중한 것은 대부분이 사용하는 LTE의 수익배분방식(RS) 도매대가다. 특히 알뜰폰이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출시하려면 이 방식을 따라야 한다. 또 도매대가 인하는 알뜰폰이 가져가는 수익배분율이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데이터 11GB를 제공하고 이후 속도를 제한하는 6만5천890원 요금제의 경우 알뜰폰 도매대가는 55%인 3만6천240원이 된다.
지난해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은 8월까지 끝낼 계획이었으나 새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앞서 LTE 정액제요금제(RS방식)의 요금 대비 도매대가율을 10%p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게 발목을 잡았다.
2016년의 도매대가 인하폭이 전년도 대비 6.9%p 수준이었는데, 이 보다 훨씬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바람에 원활한 협상 진행에 걸림돌이 된 것.
게다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과 보편요금제 도입 등 다른 통신비 이슈와 얽혀 결국 그해 11월에 가서야 전년대비 평균 7.2%p 인하로 마무리 됐다.
이 같은 전례를 볼 때 올해 도매대가 변동폭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보편요금제가 규개위를 통과하면서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약속했던 만큼 인하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 보편요금제 복병되나
특히 지난해 고가요금제 구간의 도매대가 인하 폭이 적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데이터사전구매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알뜰폰 업계가 대량의 데이터를 이통사로부터 구입한 뒤 요금제를 설계하도록 하는 제도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이통3사가 기업용 회선에 제공하는 데이터 1MB당 가격이 1원 이하인 사례가 있는만큼 이를 기준으로 삼고 데이터사전구매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행령에 이를 강제할 조항이 없는데다, 수 년전부터 나온 주장이어서 이번에 수용될지는 역시 미지수다.
과기정통부 측도 말을 아끼고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알뜰폰 업계로부터 데이터 선구매제도에 대한 요구를 받은 것은 맞다"며 "도매대가 협상을 준비중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은 알뜰폰 업계 어려움을 이유로 무조건적인 도매대가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이 강행되면서 이의 시행에 따른 매출 하락 등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도매대가 인하 여력 역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알뜰폰 업계 적자폭이 완화됐고, 보편요금제 도입시 수익악화가 우려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뜰폰은 저가 요금경쟁으로 누적적자가 3천50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250억원으로 적자폭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만원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보다 30% 가량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놔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매대가 인하를 요구하는 이유다.
박효진 세종텔레콤 상무는 규개위 심사에서 "알뜰폰 가입자 750만명 중 410만명이 후불요금제를 사용 중으로 보편요금제를 통해 이 중 약 37%가 이통사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략 150만 가입자가 영향을 받을 것이고, 이중 최소 80만명이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이 같은 알뜰폰 업계 우려에 과기정통부는 도매대가 인하 등 추가 지원책을 약속, 이번 협상에서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규개위 심사때 "현재 망 도대매가 비율이 40%로 돼 있지만 30%로 떨어뜨리면 보편요금제에 대응할 수 있는 알뜰폰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에 따른 알뜰폰 지원책으로 망도매대가 추가 인하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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