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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유통街 신사업…"선거 후가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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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 정부 규제 압박 속 지역 주민 반발에 출점 추진 난항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 백화점을 세우려고 했던 신세계는 지난해 모든 계획을 철회했다. 부천시와 주민, 상동 지역 상인까지 찬성했지만 인천시 부평구와 그곳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규모를 7만6천여㎡에서 3만7천여㎡로 대폭 축소해 백화점만 짓는 것으로 사업 계획을 바꿨지만, 부평 상인들의 반발은 계속됐고, 결국 사업을 포기하면서 부천시와도 법적 갈등을 겪게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역 소상공인과의 갈등, 정부의 각종 규제로 유통업체들이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업은 그동안 신규 출점을 바탕으로 외형을 확장하며 지역 내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가져다 줬지만, 당정이 골목상권을 보호를 명분으로 올 하반기부터 유통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어 유통업체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지역 소상공인과의 갈등이 가장 큰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일부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새롭게 추진하던 사업들이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쇼핑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추진 중인 롯데몰 사업을 5년째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 땅을 서울시로부터 2013년 1천972억원에 매입한 후 당초 2017년까지 이 지역에 백화점, 영화관 등이 입점한 복합쇼핑몰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망원시장 등 인근 상인들의 반대로 사업 진행을 모두 멈췄고, 결국 롯데쇼핑은 지난해 서울시를 상대로 쇼핑몰 건립 심의를 재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역 주민 눈치를 본 서울시가 롯데몰 세부개발계획 결정안 심의를 두 차례나 보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송 중에도 서울시는 최근 관련 안건 심의를 또 보류했다. 다만 선거가 끝난 다음달 27일쯤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은 군산에서도 지역 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는 군산의류협동조합·군산어패럴상인협동조합·군산소상인협동조합 등 3개 상인회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을 근거로 중기부에 롯데몰 군산점에 대한 사업조정을 신청하며 불거졌다.

특히 롯데몰 군산점이 직원 및 협력사 피해를 이유로 지난달 27일 오픈을 강행하자 중기부는 이달 4일 롯데에 영업 일시정지 명령을 내려 갈등이 더 증폭됐다. 영업정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롯데는 이달 17일까지 상인회와도 협의하지 않아 최대 5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위기에 처했지만, 최근 상인회가 '사업조정 철회 뒤 재협상' 카드를 내놓으며 일단 한시름 놓은 상황이다. 상인회는 선거 후 재신청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로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지만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인천 청라와 경기도 안성, 경남 창원·울산, 충북 충주 등에서 스타필드를 개발하고 있지만 청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인근 상인들의 반발로 오픈을 위한 행정절차가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또 이마트는 부산시에 들어서는 이마트타운 연산점으로도 지역 상인들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추진하던 이마트 하남 온라인 스토어 건립도 지역 주민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이마트는 하남에 물류센터가 아닌, 온라인쇼핑몰 핵심 사업지로 개발하기 위한 본사 시설을 지으려고 하는 것임에도 주민들이 건립을 반대하자 답답해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던 주민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방선거까지 집회 등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 숨통이 트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예정된 지방선거 영향으로 롯데, 신세계와 지역 주민들간의 갈등은 일단 정지된 상태"라며 "각 지자체장 후보들이 내건 갈등 조정 약속에 기대를 걸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실익을 얻고자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움직임을 달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각 지자체들도 결정권자인 지자체장이 선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관련 심의 등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통업체와 지역 주민과의 갈등 해결을 일단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뒀지만, 선거 후에도 지자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자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표심'에만 치우쳐 정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자체가 기업과 지역상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지 않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부 지역 소상공인 때문에 다수의 소비자 권리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포퓰리즘 때문에 유통업체들의 신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서 일자리 감소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 발전이 저해되고 소비자 편익도 사라지고 있다"며 "정부가 이 같은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규제만 더 강화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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