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이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금융권의 월드컵 마케팅은 실종상태다. 앰부시 마케팅 규제로 월드컵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금융사가 한정적인 데다 6.12 북미정상회담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맞물리면서 월드컵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서다.
◆'피파·월드컵·축협' 금지어에 월드컵 마케팅 실종
앰부시 마케팅 규제 강화에 '피파(FIFA)·월드컵·축협'이 금지어로 떠올랐다. 피파는 대한축구협회에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월드컵 관련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이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앰부시 마케팅은 우회전술로 규제를 피해가는 마케팅 기법으로, 스포츠 행사의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마치 후원사인 양 교묘한 인상을 남기는 전략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SKT의 'Be the Reds' 티셔츠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SKT의 붉은악마 마케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당시 공식 후원사였던 KT가 맥을 추지 못했다.
앰부시 마케팅 규제를 피할 여지가 있는 금융사는 각 업권당 하나뿐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파트너사인 하나은행과 교보생명은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전면에 내세우며, NH농협카드는 비자(VISA)와 맞손을 잡아 월드컵 마케팅을 펼치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피파,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회사는 손에 꼽는다"며 "대한축구협회라는 단어나 소속 선수를 부각시킨 마케팅도 공식 파트너사에 국한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림픽 후원사였던 비자는 각국 마케팅을 펼칠 때 카드를 발매할 수 있는 현지 전업계 카드사와 협업을 해야만 했다. 올림픽은 마스코트 탓에 기념카드 발매도 주요 마케팅"이라며 "월드컵이 개최되는 이번에는 NH농협카드만 비자와 협업해 타 카드사가 섣불리 마케팅을 했다가는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이밖에 금융업계가 최대한 마련할 수 있는 이벤트는 응원전에 그친다. 그마저도 사전 허가를 거친 단발성 행사만 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월드컵이 시작되면 영화관을 빌려 응원 이벤트를 여는 등 일시적인 연계 행사가 열릴 것"이라며 "적극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는 어렵고, 대고객 지원 차원의 작은 기획 수준"이라고 이야기했다.
◆'노잼' 韓국가대표 혹평에 금융업계 "수지타산 안 맞아"
마케팅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분위기가 잡히지 않아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앰부시 마케팅 규제가 강해졌다고 해도, 월드컵이 흥행했다면 우회로를 찾는 등 업계도 분주하게 준비하지 않았을까"라며 "확률적으로 높은 성적을 얻을 가능성이 적다 보니, 마케팅을 펼쳐도 길게 가지 못하리라는 불안감 탓에 마케팅도 시들시들하다"고 분석했다.
스포츠 전문가들조차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한국 축구는 지난 4년간 슈틸리케 감독이 저조한 경기력으로 경질되고 축구협회도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리는 난맥상을 지난 데다 대표팀의 경기력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월드컵 관련 예능이나 관련 광고방송, 행사, 대규모 원정 응원단 모집이 현저히 줄거나 없어졌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월드컵 특집 페이지도 전과 비교해 간소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스포츠업계 관계자는 "멕시코(15위), 스웨덴(24위), 독일(1위) 등 우리(57위)보다 피파 랭킹이 높은 나라와 함께 F조에 편성되며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심리가 사그라들었다"며 "스포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러시아 월드컵은 조별리그까지만 숙소를 예약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고 전했다.
6.12 북미정상회담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맞물린 점도 월드컵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해설위원에 힘을 주며 월드컵을 대비했지만, 예상 밖의 남북 훈풍으로 시선을 뺏겼다는 평이다.
한 해설위원은 "부차적으로는 국가적인 중대사들이 연거푸 등장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부연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새 정부의 첫 스포츠 빅이벤트이면서 국내 개최 행사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공식 후원사인 비자와 파트너사인 우리·롯데카드가 수혜를 봤다"며 "이번 월드컵은 성적 전망도 좋지 않은 데다 주요 정치 행사와 맞물리면서 업계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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