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골드만삭스 국내 지점이 최근 공매도 건에 대해 미결제 사고를 내면서 무차입 공매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금융위원회가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터진 것이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지난달 30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의 미국 뉴욕지점의 위탁을 받아 300개가 넘는 종목을 공매도했다. 주식을 빌려두지 않은 무차입 상태에서 낸 공매도 주문이었다.
그러나 주식 대차가 확정되지 않았고 결제일인 지난 1일 20개 종목, 138만7천968주(약 60억원 규모)는 결제되지 못했다. 그간 논란이 무성했던 무차입 공매도가 사실상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 시스템 상 무차입 공매도 못 막아
골드만삭스 측은 단순 주문 착오에서 발생한 사고란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무차입 공매도 의도가 다분했다는 게 중론이다. 정상적인 차입 공매도였다면 미리 빌려 놓은 주식을 결제일에 청산하는 시스템 아래에서 골드만삭스와 같은 미결제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빌려서 판다는 뜻으로 해당 가치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현재 국내에선 주식을 빌린 뒤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된다. 무차입 공매도의 경우 2000년 이전까지 허용됐지만, 시세차익을 노린 세력이 대량으로 공매도를 한 뒤 주식을 갚지 못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잦자 금지됐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 배당사고 사태로 공매도 폐지 여론이 일었고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김학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국내 무차입 공매도는 없다"며 "적절하게 제어되고 있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발표가 무색하게 발표 일주일 만인 지난 4일 골드만삭스가 무차입 공매도로 의심되는 사고를 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 주식거래 시스템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당국이 공매도 주문 전에 주식을 제대로 빌려뒀는지, 빌린 주식 규모가 공매도 주문량과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주식 대차 확정)하는 시스템을 해당 금융회사에게 일임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제3자가 철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부재하다. 사실상 주식을 미리 빌렸다고 속여도 증권사는 공매도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 "공매도 폐지해야" 개인투자자 목소리 높여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공매도 폐지와 관련한 청원만 90건 이상 올라온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한 청원자는 "공매도를 악용한 투자사들로 제도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공매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자도 "삼성증권에 이어 이번 골드만삭스 사고로 공매도의 시스템적 허점이 드러났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거래 비중은 7.0%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그 비중이 5.5%로 감소했지만 이는 올해 전체 주식 거래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공매도 시장에서 거래된 금액은 하루 평균 5천762억원에 달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든 증권사든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공매도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징계수위 강화나 사전 점검을 통한 예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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