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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비용] CJ家 3세 경영 가속, 왕좌 누가 차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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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자금줄 역할 CJ올리브네트웍스에 관심 집중

재계가 3~4세로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재계의 승계 작업을 지켜보는 눈이 많아졌다. 정부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그룹에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도 재계의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계 4위인 LG그룹이 4세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1조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그룹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영승계가 이뤄지거나 예상된 그룹을 중심으로 승계 비용을 산출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이재현의 회장의 복귀로 지난 1년간 CJ그룹의 경영시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흘렀다. 이 회장은 4년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외 인수·합병(M&A)을 공격적으로 주도하며 오너의 존재감을 실감케 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이 회장이 복귀와 동시에 내세웠던 '월드베스트 CJ(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위 달성)' 목표도 순조롭게 달성할 전망이다.

이 회장이 가장 주력한 부분은 '선택과 집중'을 토대로 한 사업구조 재편이다. 오는 7월 출범하는 'CJ ENM(오쇼핑·E&M 합병법인)'을 비롯해 ▲대한통운·건설 합병 ▲제일제당의 대한통운 지분(20.1%) 인수 ▲헬스케어 매각 등 굵직굵직한 사업재편이 이뤄졌다. 식품·생명공학·신유통·엔터테인먼트&미디어 4대 사업을 주축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재계에선 이 같은 광폭행보를 경영승계를 위한 밑그림 작업으로 해석한다. 이 회장이 신경 근육계 유전병 '샤르코 마리 투스(CMT)'를 앓고 있다 보니 복귀와 동시에 제3세 경영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질환은 사지의 근육이 점차 위축 소실돼 마비되는 불치의 유전병으로, 이재환 대표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CJ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당시 CJ는 제조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제일제당을 세우고 순수지주사가 됐다. 이 회장은 제일제당 주식을 CJ 주식으로 바꿔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19.6%에서 43.4%로 크게 높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이 회장의 CJ 지분율은 42.07%다.

이밖에도 이 회장은 제일제당(0.47%), 프레시웨이(0.59%), 푸드빌(2.56%), 4D플렉스(4.96%), 오쇼핑(0.32%), E&M(2.38%)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재편은 경영승계 밑그림…CJ올리브네트웍스가 열쇠

CJ 오너가(家) 3세로는 이경후 미주 통합마케팅담당 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있다. 이경후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 석사 졸업 후 2011년 CJ주식회사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 CJ 미국지역본부 등을 거쳤다. 지주사인 CJ(0.13%)를 비롯해 제일제당(0.15%), CJ E&M(0.27%), 올리브네트웍스(6.91%), C&I레저산업(24%) 지분을 가졌다.

이선호 부장 역시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후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영업·마케팅팀, BIO사업관리팀 등을 거쳤다. 올리브네트웍스(17.97%), C&I레저산업(51%), E&M(0.68%) 지분을 보유 중이다. CJ그룹은 '범 삼성가'로 장자승계원칙을 따르는 만큼, 이 부장은 유력 후계자로 점쳐진다.

재계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이 대다수인 올리브네트웍스가 경영 승계를 위한 핵심계열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4년 IT서비스업체인 CJ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이 합병해 탄생한 올리브네트웍스는 지주사 지분이 55.01%에 달하는 데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44.07%나 되기 때문이다.

이 중 이선호 부장은 지주사에 이은 2대주주(18.97%)로, 합병 당시 이 회장으로부터 지분 11.3%를 증여받았다. 이밖에 이경후 상무는 6.91%, 이 회장의 조카 이소혜·이호준 씨는 각각 2.18%를 가지고 있으며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도 14.83%를 들고 있다.

더욱이 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 내 유일한 공정거래위원회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오너일가 지분율이 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이상인 계열사는 한 해 내부거래 매출 규모가 200억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12%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올리브네트웍스의 특수관계자 거래 비율은 ▲2016년 19.7% ▲2017년 19.5%를 기록했다. 올리브네트웍스는 IT서비스와 H&B스토어 사업부로 나눠져 있는데, IT사업부의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최근 올리브영의 실적 개선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소폭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공정위 규제 대상 범위에 머무르고 있다.

올리브영의 선전만으로는 내부거래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재계에선 CJ가 올리브네트웍스 상장으로 공정위 규제 돌파구를 마련하리란 전망이 쏟아진다. 이선호 부장 등 오너 일가가 들고 있는 주식을 상장과 동시에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을 활용하면 오너일가 지분율을 규제 기준 이하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공정위가 대주주 일가 소유 회사의 일감 몰아주기, 내부 거래 등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어 올리브네트웍스에 대한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 혹은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력한 시나리오는 올리브네트웍스 상장으로 대주주 일가 지분의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율을 낮추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3세경영 구도는?…이선호 승계·이경후 조력 전망

CJ그룹은 올리브네트웍스 상장과 동시에 이선호 부장의 경영권 승계 기반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CJ 지분 인수에 나서거나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양도받을 때 내는 증여세를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경후 상무는 그룹 지주사인 CJ 지분을 0.13% 가지고 있지만 이선호 부장은 단 한 주도 들고 있지 않다.

문제는 막대한 상속세 부담이다. CJ의 시가총액은 4조3천620억원(15일 기준)으로 이 회장의 지분 가치는 1조8천350억원 가량이다. 이 회장이 이선호 부회장에게 전 지분을 상속한다면 현행법(30억 초과시 해당 금액의 50% 납세)에 따라 상속세는 9천175억원에 달한다. 이를 마련하려면 올리브네트웍스는 5조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현재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는 1조6천억~2조3천억원이다. 밴드 최상단을 적용하면 이선호 부장의 지분가격은 4천300억원대로, CJ 지분 10%만 살 수 있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CJ와 올리브네트웍스가 합병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경후 상무의 역할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이재현 회장에게서 승계받을 자녀가 남매라는 점에서 신세계 모델처럼 분리 경영 체제로 갈지, 이선호 부장이 주도하면서 이경후 상무가 조력자로 나설지는 현재로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고모인 이미경 부회장이 그룹의 문화사업을 이끌며 문화계 대모로 입지를 굳힌 상태여서 이경후 상무가 그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결혼했지만 1994년 이혼해 슬하에 자식이 없는 상태로 현재 미국에 머물며 문화콘텐츠 사업을 챙기고 있다. 이경후 상무 내외도 CJ그룹 미국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이재현 회장이 주요 사업을 챙기고 이미경 부회장은 문화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며 이 회장을 돕는 구조였다"며 "오너가 3세인 이선호 부장은 제일제당에, 이경후 상무는 오쇼핑에 재직했던 점을 감안하면 3세 경영 역시 이 부장이 지주와 식품을 맡고 이경후가 문화와 신유통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최근 진행된 2,3번의 사내행사에서 휠체어나 지팡이 없이 30분간 서서 이야기할 정도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며 "이 회장 스스로도 정신적, 신체적인 부분이 많이 회복돼 내후년까지 직원들이 건강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만큼, 3세 경영을 이야기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선호 부장이 아직 20대인 만큼 현재는 경영수업을 받는데 힘을 쏟고 있다"며 "또 오너가 3세의 이력이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4대 중점사업 안에 지주·식품, 문화·신유통 식의 구분법이 있진 않아 두 남매가 사업군을 양분할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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