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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삼성바이오로직스 조치 보완요구…커지는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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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요구…세 차례 회의에도 결론 못 낸 증선위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심의하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례적으로 금융감독원에 조치안 보완을 요구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3차 심의를 마친 증선위는 전일 이례적으로 금융감독원에 조치안 보완을 요청했다.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평가 기준을 취득가(장부가액)에서 시장가(공정가액)로 바꿔 회계처리한 점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 금감원 조치에 대해 그 이전 회계연도 처리의 적절성까지 검토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금융위가 보완을 요청한 회계연도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설립 당시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다. 이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에피스 주식 매입에 대한 권리, 즉 콜옵션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에피스를 자회사로 분류했다. 자회사 보유지분은 취득가로 평가받지만 관계사는 시장가로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때문에 일각에선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부터 관계사로서, 회계처리도 시장가로 해야 했다고 판단한 게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이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 조치안의 '고의적 회계분식'이 아닌 '회계처리 위반'을 한 것이 되기 때문에 검찰 고발이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그룹 승계에 이용됐다는 의혹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증선위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한 비판은 거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는 증선위의 2015년 이전 회계연도 보완 요청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2012년 이후의 과실을 정상화하겠단 주장을 펼친 적이 없을뿐더러 설사 이들이 과거 과실을 정상화하려 했다면 감사 조서에 그 사실이 명시됐어야 했다"며 "이 경우 과거 재무제표 소급을 통한 수정 공시가 이뤄진 후 자본잠식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2년부터 관계사로 처리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추진한 2016년에는 완전자본잠식 등으로 코스피 상장요건(자기자본 2천억원)에 미달한다는 게 현재 참여연대 측의 논리다. 현행 회계처리 기준 감리결과조치 양정기준에 따르면 '위법행위를 정정하면 상장진입요건에 미달하거나 상장 퇴출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는 '고의'로 판단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증선위가 금감원에 별도의 조치안을 보완 요청한 것도 회계감독 원칙을 위배했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감독 당국의 역할은 기업의 회계처리오류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고 이를 어떻게 정정할지는 회사의 책임인데도 증선위가 금감원에 사실상 모범 답안을 작성해 오라고 요구했다"며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서조차 주장하지 않은 논리를 대리 주장하는 등 친절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증선위가 최종결론이 나기도 전인 심의과정에서 회의내용 일부를 공개한 것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조치안을 보완 요청했다는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비밀유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일 입장문에서 "가치평가가 공정하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2012년 당시부터 지분법을 적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만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증선위의 현 움직임은 삼성을 위한 과잉친절이나 삼성봐주기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만일 증선위가 삼성봐주기를 위해 비밀유지 원칙도 무시한 채 여론몰이에 나서 과실에 의한 분식회계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심의할 증선위 4차 회의는 다음 달 4일 열린다. 증선위는 필요한 경우 임시회의를 추가로 열어 내달 중순까지는 해당 안건 처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심의는 증선위의 역대 최다 심의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앞서 '한국판 엔론 사태'로 불린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건도 증선위 회의가 세 차례를 넘기진 않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에 대해 "증선위 위원들과 민간위원들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만큼 어떻게 될지는 아직 말할 상황이 아니지만 늦어도 내달 안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이제 회계적 판단 영역을 넘어선 정치적 영역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며 "안팎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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