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롯데가 반납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 2곳의 새로운 주인으로 입찰 가격을 높게 쓴 신세계가 이변없이 선정됐다. 신세계의 이번 승리로 국내 면세 시장 점유율 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관세청은 이날 오후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인천공항 제1 터미널 면세점 재입찰 특허심사위원회를 열고 제1여객터미널 동편 향수·화장품 사업권과 탑승동 사업권을 묶은 DF1 사업권, 제1여객터미널 중앙에 위치한 부티크 사업권인 DF5 사업권 등 2개 사업권의 사업자로 '신세계'를 최종 선정했다. 신세계는 다음달부터 이 두 구역을 운영하게 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신세계가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명동점을 비롯해 스타필드, 시코르 등에서 보여준 콘텐츠 개발 능력에 좋은 평가를 준 것 같다"며 "규모가 커진 만큼 업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다"고 밝혔다.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현재 향수·화장품 브랜드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리고 대부분의 공간을 중소·중견기업 제품으로 채울 것"이라며 "신세계면세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잘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이번 입찰에서 2구역 모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가격'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는 제1터미널 DF1 사업권에 신라(2천202억원)보다 25% 높은 연간 2천762억원의 임대료를 제시했다. 임대 기간이 5년임을 감안하면 DF1에서만 신세계가 신라보다 2천800억원을 더 내는 셈이다. 또 신세계는 DF5 사업권도 연간 608억원의 임대료를 제시, 신라(496억원)에 비해 23% 높았다. 임대 5년간 560억원 차이다.
또 신세계는 과거 공항면세점 사업을 중도에 포기한 전력과 밀수 등의 혐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이 심사 기준을 '기업군'이 아닌 '법인별' 평가로 규정함으로써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공항면세점을 포기하고 밀수로 처벌 곳은 신세계조선호텔로, 이번 입찰에 참여한 신세계디에프와 법인이 다르다. 다만 신세계는 이달 1일부로 이원화됐던 면세점 사업을 신세계디에프글로벌로 통합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심사에서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신세계는 공항 면세점 사업권 철수 전력이나, 밀수 혐의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으면서 인천공항공사 심사에 이어 관세청에서도 사업자로 선정되기에 유리했다"며 "이번 일로 면세 시장 판도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점유율은 롯데(41.9%)가 신라(29.7%, HDC신라면세점 포함)와 신세계(12.7%)에 앞섰다. 하지만 롯데가 반납한 DF1과 DF5를 신세계가 모두 사업권을 따내면서 점유율이 18.7%로 올라 롯데(35.9%), 신라(29.7%)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여기에 신세계는 다음달 강남점까지 오픈하게 돼 점유율은 22%까지 치솟아 2위인 신라(24%)의 자리까지 넘볼 가능성이 더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기존 강자였던 롯데의 시장 점유율 감소는 불가피해졌다"며 "올 하반기부터 강남에 신세계, 현대 등 신규 면세점이 들어서면 점유율 타격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인천공항 면세 사업자 변경으로 사실상 롯데 독주 체제는 막을 내렸다"며 "이제 면세업계도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관세청으로부터 심사 결과를 통보받은 후 낙찰업체인 신세계면세점과 입찰 시 제출한 사업제안 내용 등을 최종 점검한다. 또 기존 업체인 롯데의 운영 종료시점인 7월6일 이전에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