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 무드가 고조되면서, 통신분야에서도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경제개발이 진행되면 베트남 같은 공산권 개발도상국처럼 통신시장 개방은 필수로 꼽히는 것. 전례 등을 볼때 베트남식 모델 등 형태를 띨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사업자들도 준비에 나선 상태. 다만 변수가 많아 섣불리 시기를 예단할 수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를 비롯한 이통사들은 남북경협 조직을 마련하고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나섰다.
KT는 구현모 경영기획부문 사장을 남북경협TF장으로 경협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KT는 개성공단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대북 사업 경험도 있어 추후 경협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았고, 통신개방이 북한의 체제 유지와 관련된 만큼 쉽게 경협의 기회가 올 지는 미지수. 다만 경협의 문이 열린다면 베트남과 같은 공산권 개발도상국의 사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앞서 북한에 해외 이통사가 투자한 사례는 있었다. 이집트의 오라스콤은 2008년 지분 75%를 투자해 3G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려링크'라는 이통사를 세웠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오라스콤은 북한에서 약 6억5천300만달러(7천230억원)를 벌어들였으나, 북한에서 반출하지 못하고 지난해 말 사업을 철수했다. 북한 당국의 규제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사업상 어려움을 것으로 풀이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북한이 경제 개방과 협력에 나설 경우 통신 분야의 개방은 필연적이라 판단된다"며, "북한의 재정 수준으로는 전국을 아우르는 초고속 모바일 인터넷 망을 구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 통신시장 개방에 나선다면 베트남의 통신 개방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기업이 현지 법인에서 차지할 수 있는 지분율은 수익배분과 경영 참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베트남은 2005년까지 해외기업이 현지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지 못하는 경영협력계약(BCC)로만 참여할 수 있게 해오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합작투자와 직접투자를 허용하며 규제를 완화해왔다.
시장개방 뿐만 아니라 인접국가들과의 경쟁우위 여부도 생각해야 한다. 동남아시아의 또다른 개발도상국인 캄보디아는 외국인의 100% 지분 소유가 가능한데, 현지에는 국영통신사와 싱가포르, 중국 기업 등 6개 통신사가 경합 중이다.
만에 하나 남북경협의 문이 열리더라도 국내 이통사들의 해외사업 경험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은 걸림돌이다. SK텔레콤은 2000년에 베트남 통신사업을 시작했지만, 2016년부터 청산(지분울 73.9%)을 진행 중이다.
KT는 르완다에 51%를 투자한 자회사에서 LTE 데이터 도매사업을 독점하고 있지만, 손익분기에 다다르지 못했다. 사업보고서에서 이통사들은 "해외의 통신서비스 산업은 해당 국가의 규제·수요 특성에 따라 국내의 통신서비스 산업과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며 사업상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한 경영 전문가는 "통신개방이 체제유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만큼 대폭 개방은 어렵고, 한국 정부도 이전 정권에서의 사례를 볼 때 기업에 직접적으로 남북경협을 강요하기 힘들 것"이라며, "북한을 찾은 외국인에게 통신서비스를 비싸게 파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일반인들에게 통신수요가 얼마나 늘어날 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통신분야의 남북경협을 위해 기초적인 정책연구에 나선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하반기 방송통신 융합활성화 정책연구 신규과제로 북한 통신망 구축 협력방안을 선정했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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