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매년 80억원에 이르는 국회의 속칭 '쌈짓돈' 특수활동비 내역이 최초로 공개됐다. 국회 의장단, 각 당 원내대표 등 많게는 수천만원씩 별다른 사유와 증빙 자료조차 없이 지급된 만큼 국민적 비판이 예상된다.
국회는 그간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줄곧 특활비 집행내역의 공개를 거부해왔다. 이번에 공개된 특활비 내역은 참여연대가 2015년 제기한 국회 특활비 비공개 취소소송 결과, 대법원이 공개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5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먼저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경우 매월 6천만원의 특활비를 지급받았다. 국회 18개 상임위원장들도 실제 활동에 관계 없이 매월 6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반기 정기국회 예산심사와 관련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예결산특위도 해당된다. 윤리특위의 경우 의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다루는 만큼 좀처럼 열리지 않는 데도 매월 특활비가 지급됐다. 사실상 중진 의원들의 '제2 월급'으로 작용한 셈이다.
상임위의 상임위로 불리는 법제사법위의 경우 위원장 몫 외에도 별도의 특활비가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매월 1천만원이 법사위 간사 의원, 소속 위원, 전문위원에게 배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되는 특활비 자체도 문제지만 법사위에 유독 추가로 지급될 이유가 없다"며 "예산이 필요하다면 정책개발, 특정업무 등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장 한번에 5만~6만달러, '정체불명' 수령인까지
입법부 수장이라는 특성상 해외방문이 잦은 국회의장의 특활비도 눈길에 올랐다. 매 해외순방마다 수천만원 상당의 특활비를 달러로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구체적인 용도와 증빙 자료는 없다.
일례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출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경우 5차례에 걸쳐 28만9천달러를 지급받았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해외출장 한 번에 5천~6천만원을 사용한 셈이다. 같은 당 출신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6차례에 걸쳐 25만8천달러를 지급받았다.
올 초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의원 재직시절 해외출장비가 논란되면서 재임 한달 만에 사퇴한 바 있다. 한국당 등 당시 야당의 김 전 원장에 대한 비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아예 수령인이 정체불명인 경우도 있다. 2011~2013년 한 번 이상 특활비를 지급받은 이는 298명이다. 가장 많은 금액을 수령한 경우는 한번에 18억, 20억, 21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령했으나 정작 농협의 해당 통장에서 누가 인출해, 누구에게 전달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의원들이 임의로 결성한 각종 연구단체도 특활비의 주요 지급 대상이다. 국회는 이번 공개된 기간 동안 매년 5억원을 책정해 단체마다 차등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예산에서 특활비가 책정되는 목적 자체가 안보, 보안상 기밀이 요구되는 용도에 한정된다. 이같은 특활비 성격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원간 나눠먹기로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특활비 지출 내역에 대해 국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국회가 또 다시 거부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으로 즉시 집행내역을 국민에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회뿐 아니라 매년 9천억원 이상의 (국정원, 경찰, 검찰 등) 정부 각 부처의 특활비 지출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목적에 맞게 집행되는지 감사원이 즉각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처분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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