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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사태 재연한 '즉시연금'…1조원 규모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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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싸움 '1패' 전적에 고개숙인 생보사…"묘수 없네"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자살보험금 분쟁이 봉합되자마자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가 불거지며 생명보험업계의 긴장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수천억원의 보험금을 지불했던 자살보험금에 뒤이어 최대 1조원 규모의 즉시연금 미지급금도 치러야 할 위기에 몰린 셈이다.

이번에도 보험 '약관'이 문제의 핵으로, 대상 생보사가 금융당국의 해석에 대치하려면 법정싸움만이 묘수로 남지만 자살보험금에서 1패의 전적을 남긴 터라 녹록지 않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내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비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즉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즉시연금이란 가입시 거액의 보험료를 한 번에 내고 다음 달부터 연금으로 돌려 받는 상품이다.

보험사는 상품에 따라 월별 지급금을 정한 뒤 운용 자금 등의 사업비를 뺀 보험금을 돌려준다. 하지만 사업비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은 소비자는 약관상의 수익을 담보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쌓이기 쉽다.

문제는 보험사가 팔아온 즉시연금 상품의 약관이 보험금 산출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해석에 따르면 공제금액이 약관에 적히지 않은 보험상품은 해당 금액을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빅3' 신중론 속 보험업계 볼멘소리 "보험=예금 아닌데…."

지난해 11월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가입자들이 신청한 조정에서 금감원이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논란의 물꼬를 텄다. 한화생명도 지난 7월 20일 유사한 사례로 금감원에 권고를 받았다.

이러한 사례의 미지급금 전체 규모는 8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으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에 절반 이상이 몰려있다. 삼성생명이 5만5천명에게 4천3000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850억원, 2만5천명), 교보생명(700억원, 1만5천명) 순이었다. AIA생명과 처브라이프, 신한생명 등도 미지급금이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생명은 이달 말 예정된 이사회에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안을 상정해 지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달 말 이사회에 안건이 오를 예정으로 한 번에 지급 결정을 마무리 지을 지는 미지수"라고 답했다. 또 약관의 부속서류에 산출방법서가 포함됐다고 이야기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역시 신중한 검토를 통해 지급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10일까지 수용 여부를 통보했어야 하는데 영업일 기준으로 20일을 미룰 수 있어 연기 신청을 해뒀다"며 "한화생명의 상품 약관에는 금리가 떨어질 경우 등 외부 요인에 따른 환급금 변동이 적혀 있어 면책 가능성을 두고 법적, 경영적 판단을 지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중한 관점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수장의 입장이 확고해 보험업계도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 다만 보험의 사업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불만은 남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 구조는 은행과 달리 여수신 외 사업비가 당연히 수반되는데, 은행 예금처럼 이해하고 취급하도록 하니 현장과 당국의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휴대폰으로 치면 제조원가와 같은 금액인데 이를 부과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자살보험금 1패로 몸 사리는 업계…윤석헌 '전쟁'도 걸림돌

앞서 보험업계는 자살자의 보험금을 지급할지를 두고 지난한 싸움을 마친 뒤 보험금은 물론 이자까지 4천억원 수준의 대가를 치른 바 있다. 3년을 넘게 끌어오던 자살보험금 논란은 미지급금 지급과 더불어 교보생명 1개월 영업정지, 삼성·한화생명 기관경고의 제재를 남기고 지난해 5월 일단락됐다.

금감원은 당시에도 약관을 들어 보험사가 고의적으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 지급이 자살을 방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일부 건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나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과 금감원 모두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며 보험업계가 완패했다. 수천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는 인식만 남았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생보업계가 쉽게 '법정싸움'이라는 패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당국과의 사이도 더욱 나빠졌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사와의 '전쟁'이라는 거친 단어를 사용한 만큼 금융당국과의 간극을 좁히려면 배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두 개사가 구체적으로 언급됐고 나머지 사들은 일단 직접 언급을 피했으니 당국과 앞선 사들의 최종 협의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라며 "중소형사들은 자살보험금의 선례 탓에 섣불리 나서는 대신 결정에 따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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