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신규요금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어 보편요금제 도입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편요금제 법안 처리에도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당초 정부는 업계 자율 요금경쟁이 활성화 되면 정부 개입의 보편요금제 등을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이와 별개로 강행하겠다는 뜻을 보인바 있다.
반면 여야는 보편요금제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더해 유사요금제가 출시가 잇따르면서 보편요금제 국회 처리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SK텔레콤(대표 박정호)은 1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5종의 신규요금제 'T플랜'을 출시했다.
이 중 이용요금이 가장 낮은 '스몰' 요금제는 월 3만3천원에 음성·문자 무제한, 데이터 1.2GB를 제공한다. 선택약정할인을 이용하면 2만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
앞서 KT(대표 황창규)도 지난 5월말 이와 유사한 'LTE 베이직' 요금제를 내놨다. 같은 가격에 음성·문자 무제한,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것. 역시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요금은 2만4천750원까지 내려간다.
LG유플러스(대표 하현회) 역시 저가요금구간에서 신규요금제를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입법 작업중인 보편 요금제 처리에 앞서 유사 요금제 경쟁이 시장에서 이미 불붙는 형국이다.
실제로 이 같은 저가요금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와 상당히 유사한 수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중인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에 음성 200분·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보편요금제 무색, 유사 요금제 출시 '봇물'
지난 2월 활동을 종료한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의 당위성으로 요금제간 데이터 제공량 차이를 꼽았다. 특히 최저요금제와 최고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 차이가 324배에 달할 정도로 사실상 이용자를 차별, 저가 요금제 구간의 데이터 확대를 요구했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통 3사의 요금경쟁이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에서 보편요금제와 같이 정부가 직접 일정 수준의 요금제 출시를 강제하는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결국 이의 도입을 의무화한 개정안을 내놓게 됐다. 현재 이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 논의를 앞둔 상태다.
현재 여야 모두 과기정통부 장관이 2년마다 일정 데이터 사용량과 요금을 정하는 보편요금제가 과도한 시장 개입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상황이어서 이의 국회 처리는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2만원대에 일정 수준의 데이터 제공을 목표로한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요금제 출시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나서 이를 강제할 명분도 크게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정부 역시 당초 보편요금제 도입을 놓고 "이통사가 이에 상응하는 요금제를 자발적으로 출시한다면 제도화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사 요금제 출시와 별개로 정부 차원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여전히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이에 상응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하더라도 통신비 인하 성과가 얼마인지는 검토해야 한다"고 방침을 분명히 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전성시대
국회 처리 등 일정으로 연내 보편요금제 출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통 3사의 요금경쟁은 말 그대로 불붙은 상황.
SK텔레콤의 이번 신규요금제 출시로 이통 3사 모두 최근의 요금경쟁에 뛰어든 상태. 특히 데이터 기본 제공량 소진 후에도 마음껏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데이터 무제한' 경쟁도 뜨거운 상황.
올들어 가장 먼저 신규요금제를 낸 쪽은 LG유플러스다. 지난 2월 출시한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는 월 8만8천원에 데이터 사용량과 속도 제한을 없앴다. 다만 데이터 주고 받기와 쉐어링, 테더링은 월 40GB 이내로 제한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제한속도인 3Mbps로는 U+프로야구·U+골프 등 신규 미디어서비스를 감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KT 역시 완전 무제한 요금제인 '데이터온 프리미엄(월 8만9천원)'을 신설했다. 하지만 주력요금제는 월 6만9천원에 100GB를 기본 제공하는 '데이터온 비디오'로, 출시 후 한 달간 가입자의 50%를 차지했다.
KT의 요금제는 속도에 차등을 뒀다는 게 특징이다. 라이트 유저를 위한 '데이터온 톡'은 기본제공된 3GB 소진 후에도 1Mbps 속도로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온 비디오 요금제의 속도제한 수준은 5Mbps로, 이는 유튜브에서 HD급(720p, 초당 30프레임) 동영상을 원활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다.
SK텔레콤도 월 10만원에 'T플랜 인피니티' 요금제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경쟁에 가세했다. 타사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매월 가족간 40GB를 공유할 수 있고 ▲6개월마다 스마트폰 교체 지원 ▲연간 로밍 쿠폰 12장·공항 라운지 쿠폰 4장 ▲연간 영화 티켓 30장 ▲스마트워치 요금 무료 중 하나의 혜택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요금제 외에도 월 6만9천원에 데이터 100GB를 제공하는 '라지' 요금제도 주력 상품으로 꼽힌다.
양맹석 SK텔레콤 MNO사업지원그룹장은 "현재 99.7%의 고객이 월 100GB 이하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혜택이 필요하지 않은 고객은 라지 요금제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텔레콤은 T플랜 요금제가 2년 내 1천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민선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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