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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쿠팡, 사고수리비 쿠팡맨에 떠넘겨…새벽 배송까지 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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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찔끔 올리고 차량 파손 시 40만원씩 공제…야간근무로 사고 가능성↑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쿠팡이 명분 없는 배송 차량 수리비를 쿠팡맨에게 떠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직원들 동의 없이 '새벽 배송'까지 강행해 쿠팡맨들 사이에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1월 1일부로 안전보상비인 'SR(세이프리워드)'과 등급에 따라 13만·40만·60만원으로 나뉘어 지급되던 인센티브를 쿠팡맨 기본급에 포함했다. 그동안 '기본급+SR+인센티브'로 구성돼있던 임금구조가 기본급으로 단순화된 것이다.

그러면서 쿠팡은 쿠팡맨의 월급을 1.5% 인상했다. 이에 따라 평균 등급의 인센티브를 받았던 5일제 쿠팡맨의 월급은 308만원에서 312만6천원으로 올랐다. 이 중 연장근로 수당을 뺀 기본급은 213만원으로, 올해 최저월급인 157만3천700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까지 별도로 지급했던 SR과 인센티브를 기본급에 포함시킨 영향이다. 지난해 쿠팡맨의 기본급은 150만원 내외로 올해 기준에 한참 못 미쳤다.

쿠팡이 인센티브와 SR을 기본급에 포함함시켜 최저임금 인상 이슈를 피해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최저임금(7천530원)이 전년 대비 16.4%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쿠팡맨의 임금 인상률(1.5%)은 매우 인색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SR이 사라졌음에도 쿠팡이 기존의 '교통사고 시 40만원 공제' 기준은 유지했다는 점이다. 쿠팡이 명분 없이 임금을 공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SR이란 교통사고나 교통범칙금에 대비한 비용으로 ▲5일 이상 배송 ▲만근 ▲무사고 요건을 충족한 쿠팡맨에게 월 40만원씩 지급됐다.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근로자 동의 없이 임금에서 손해배상액을 공제해 지급할 수는 없다. 또 제20조는 근로자가 근무 도중에 사용자에게 피해를 줄 것을 대비해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손해액 일부를 청구할 수 있도록 단체협약으로 정한 경우에는 법 위반이 아니다. 이를 의식한 듯 쿠팡은 올 초 임금체계를 개편하면서 '급여공제 동의서'를 받았다. 쿠팡맨들은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식 동의였다고 말한다. 쿠팡이 "열정을 다해 배송에 임해준 것에 대한 격려금"이라면서도 새 급여체계에 동의한 쿠팡맨들에게만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 쿠팡맨은 "캠프리더(CL)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동의하지 않을 수가 있었겠나"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노무사는 "노동조합이 있음에도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근로자를 회유하기 위해 금품 등을 제공했다면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쿠팡은 쿠팡카 파손 시 공제금액을 20만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쿠팡맨들의 월 급여에서 20만원 내외가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공제 부담은 여전히 큰 셈이다. 공제 한도도 정해져 있지 않아 만약 3번 이상 사고가 날 경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쿠팡맨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최근 쿠팡은 단체 채팅방에서 각 쿠팡맨의 업무량을 점검해 실시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하기 위해 점심시간도 건너뛰고 일을 하는 쿠팡맨들이 많은 가운데, 쿠팡맨의 배송량과 배송속도를 수시로 감시해 쿠팡맨 간 경쟁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은 뒷전일 수밖에 없는데, 그에 따른 비용은 쿠팡맨이 모두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개편된 임금제도는 전국 캠프별 쿠팡맨 대표들이 모인 '쿠톡'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SR을 없앤 후 대인·대물 사고에 대한 쿠팡맨의 책임을 없애고 쿠팡카 파손비용도 최대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또 수리비가 20만원을 넘어서는 사고에 대해서만 비용을 받고 있어 쿠팡맨 개인의 부담은 최소화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쿠팡 이달 말부터 2교대 시작…새벽 근무 강제에 쿠팡맨 '반발'

이런 가운데 쿠팡은 지난 16일 쿠팡맨 CL들을 소집해 2교대 근무제인 '2웨이브'를 발표했다. 이르면 오는 30일부터 쿠팡맨을 새벽과 오후 2개 조로 나눠 로켓배송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새벽 조는 새벽 2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오후 조는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한다. 이미 서울 일부 지역에선 2웨이브 제도를 테스트 중이다.

이달부터 쿠팡맨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을 근무해왔다. 2교대로 바뀌면 새벽 2시30분부터 6시까지는 1.5배의 급여가 지급돼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임금은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쿠팡맨은 "사람을 배송 기계로 본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양새다. 쿠팡이 회유책으로 근무경력 2년 이상인 쿠팡맨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쿠팡맨의 불만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한 쿠팡맨은 "나라 전체가 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는데 쿠팡만 이런 시류에 역행하고 있다. 도저히 가정을 돌보면서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야간엔 어둡다 보니 아파트 동 호수도 잘 안 보이고 자동차 소음에 따른 민원도 발생할 수도 있다. 졸음운전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은데 이런 위험을 지고 가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쿠팡맨은 "쿠팡은 병가를 쓰거나 사고를 내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지 않는다"며 "심야 운전을 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는데 그러면 사실상 쿠팡맨도 못 하게 된다고 봐야 한다. 차라도 부서지면 20만원씩 공제해갈 텐데 자칫 버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맨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성장통이라는 입장이다. 로켓배송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기존의 물류·배송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쿠팡 로켓배송은 5월 첫 주 하루에만 140만개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주문량이 폭발한 데다,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배송이 조금씩 밀리면서 최근 서울 수도권 곳곳에서 로켓배송 지연 사태가 빗발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 타 택배사에 로켓배송을 위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 취급상품이 300만개까지 늘어나면서 단시간 내 하루 200만~300만개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교통체증으로 배송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낮 시간대 대신 교통량이 적은 심야·새벽 시간을 이용해 배송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이에 발맞춰 물류센터 운영방식도 개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관계자는 "당장 30일부터 2웨이브가 도입되는 것은 아니며 근무시간도 바뀔 수 있다"며 "쿠팡맨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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