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재형 기자] "왜 금융소비자는 보호 받아야 하는가?"
백주선 금융소비자연대회의 변호사(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는 이 물음에 대해 "금융소비자 중 가장 열악한 지위에 놓인 자가 채무자이며, 이들이 처한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경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소비자단체의 목소리는 작년 국정기획자문회의에 전달됐다. 그럼에도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표면화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백 변호사는 "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옮겨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례로 가계부채 총량 목표도 설정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꼬집었다. 1분기 가계신용기준 1천500조원에 이르는 부채가 주는 부담도 있겠지만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응방식 탓에 문제를 해결할 첫 단계 문턱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 변호사는 "채무자들의 경우 '을'의 위치에서 여러 층위에서 권리를 박탈 당한 채 채무불이행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은 반면 금융기관은 사상 최대의 이자수익을 거둬들이는 게 현실이다"며 채권자 중심 금융정책기조 탈피를 주장했다.
상환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까지 대출을 알선하는 금융권 태도도 지적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을 내놔도 금융도, 복지도 아닌 채 문제가 쌓이는 방식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누적돼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정책적 대안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금리조정'과 '대출규제' 카드일 테지만 관행적 제도 내에서는 방편이 되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백 변호사는 "지금까지 정책은 빚 부담을 채무자 스스로 책임지는 쪽으로 유도돼 왔으며,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가 대출에 또 대출을 권장하며 빚이 더 쌓이는 식의 영업행태가 지속돼 왔다"면서 "이런 식의 금융관행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복지'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백 변호사는 "채무자 상환 능력을 봐서 정상적 금융시스템 작동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복지로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환이 불가능한 차주의 빚을 늘리는 현재 방식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사회가 짊어져야 할 부담만 늘어나는 만큼 채무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정책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생활비가 아닌 빚 갚는 일에 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상환능력이 없는 이들의 빚을 획기적으로 줄여 것에서 해결방안의 첫 걸음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식을 취한 곳이 주빌리은행이다. 지난 12일 출범한 금융소비자단체 연대회의 활동에 참여한 주빌리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돼 대손 처리된 채권을 사들여 그 빚을 탕감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단계 해결책은 '복지' 정책으로 흡수해 빚을 감면받은 이들에게 서민금융 금리를 주선하는 일이다. 탕감 이후 나머지 부채에 대해서는 서민금융 금리 내에서 성실한 상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백 변호사는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복지로 풀자는 주장은 결코 아니다"고 부연하며. "계층과 상황에 맞춰 분리대응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백 변호사는 "복지적 접근은 외면하고 금융 논리로만 해결하겠다는 판단이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켜왔다"면서 "향후 금융소비자연대회의 출범과 함께 채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과 도산제 개선 등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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