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R&D(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기준을 마련하고 현 회계처리 관행도 국내적 특성을 고려해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요구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제약·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에서 "신약개발과 같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경우 국제회계기준에서 강조하는 '원칙중심'의 의미에 대한 이해나 그 적용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오랜 기간 주로 복제약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그에 따른 회계처리 관행이 형성됐고 일부 기업들은 최근에 시작한 신약개발에도 과거와 동일한 회계처리 방법을 관행적으로 적용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이러한 국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선진국 글로벌 제약사의 회계처리 관행을 모든 국내 기업에 즉각적으로 동일하게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기준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20곳 중 제약·바이오 기업은 총 8곳이다. 때문에 일부 기업의 회계처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업계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위 측의 입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 현장에서는 감독당국의 인식이 업계 현실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가 확산될 경우 제약·바이오 산업 뿐 아니라 자본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업무를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R&D비용을 어느 시점에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독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이 기준을 모든 상황에 일의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하되, 이 경우에도 객관적인 입증을 위한 노력을 권고했다.
신약 개발 등 국내에서 회계기준 적용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기업 스스로 회계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더불어 회계기준의 충실한 준수를 독려하면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발굴해 필요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단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위원장은 "현 회계기준에 모호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시장 참여자들 간의 회계처리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우선 올바른 회계처리 관행이 정립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