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법인 형태와 사업장 소재지 등으로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구글, 페이스북 등 국내 진출 글로벌 기업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가속화 되고 있다.
국내 기업과 같은 의무를 명확히 하고, 역차별 규제 논란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 등 일부에 국한 된데다 사업장 규정 완화 등도 여전히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국내 진출 해외 사업자에 대한 대리인 지정이나 서버 구축 의무화, 국내사업장 범위 확대를 통한 조세회피 차단 등을 위한 법적 근거가 잇따라 마련되고 있다.
그동안 이들 기업은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에 사업장이나 이를 대신할 서버 등이 없어 개인정보 보호 의무나 과세 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논란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에도 국내 기업과 같은 의무를 부과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법 개정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등 일부 해소, 추가 장치 마련돼야
당장 이들 기업의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 한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 했다. 해외 사업자의 개인정보 이전과 관련해서도 보다 명확한 대안이 제시됐다.
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은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적의원 250명 중 249명의 압도적 찬성 속 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국내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한 경우 국내 대리인을 지정토록 한 게 골자. 국내 대리인은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의 업무, 개인정보 유출 등의 통지 및 신고, 지체 사유 소명, 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 국외 이전된 개인정보를 제3국으로 재이전하는 경우에도 국외 이전과 동일하게 원칙적으로 동의를 받도록 했다. 국가별로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다르기에 수준에 맞게 상호주의 규정을 도입키로 했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국내 법인이나 지사 또는 법률대리인을 서면으로 지정하게 돼 향후 개인정보 보호 등에 따른 조치를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방통위 차원에서도 법 내 저촉될 수 있는 사업자의 범위를 검토하는 등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 통과가 이용자 보호 차원의 일환으로 국내와 해외사업자의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의 역차별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는 진일보한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어서 추가 보완책 등 노력이 뒤따라야 된다"고 말했다.
◆ 사업장 규정 개선 나섰지만 핵심 빠져 '한계'
해외 사업자의 조세회피를 막고 국내 사업자와 차별없는 세금 징수가 가능토록 할 수 있는 법안 마련 등 논의도 정부 및 국회 차원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법인세법상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인터넷 기업의 고정사업장은 서버가 구축된 지역을 뜻한다. 문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한국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 과세 대상 사업장이 없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이 구글에 검색광고를 제안할 경우 구글은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 아일랜드로 법적 계약을 맺는다. 구글 아일랜드가 법인세가 낮고 혜택이 많아서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 탓에 국회에서는 이를 차단할 수 있도록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대형 글로벌 기업들에도 국내 서버 구축을 의무화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구글은 지난 2016년 한국 측에 국내 서버 설치 조건으로 고해상도 지도 반출 데이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국가 안보 등 이유로 거부되면서 무산됐다.
아예 이 같은 국내사업장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버가 아니더라도 캐시서버 등도 국내 사업장에 포함시키는 방식 등이 그것. 또는 관련 수익이 발생하면 과세권이 있는 국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 범위 확대가 포함됐다. 해외 인터넷 사업자의 법인세 납부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차원이다.
다만, 이 역시 예외 규정으로 사실상 핵심 부분인 '광고, 시장조사 등 예비적 보조적 성격을 가진 사업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장소'를 국내 사업장에서 제외시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마치고 31일 국회에 제출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 범위 확대 개정안은 기존안대로 제출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활동하는 해외 사업자의 사업장은 광고와 시장조사 등 예비적 보조적 성격을 가진 사업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장소가 대부분"이라며, "(예외 규정 등)국회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로 공이 넘어간만큼 국회 차원에서 면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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