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1년 만에 돌연 아시아나항공의 주주로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책임경영 차원의 행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자금 조달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 주식 1만주를 장내매수하며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박삼구 회장은 11년 4개월 전인 지난 2007년 5월 주식 50만주를 보유함으로써 아시아나항공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5월 8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그는 약 10년 전 과도한 재무 부담을 안고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주요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등 그룹 붕괴 사태가 벌어졌다. 그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0년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두문불출하던 박삼구 회장은 4년 만인 2014년 3월 말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서 등기이사에 복귀했다. 다만 이 때도 주식을 보유하진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주식을 매입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자 주식을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가 됐다. 이에 따라 책임경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안으로 갚아야 할 부채는 1조원을 넘는다. 그러나 외부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4월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고금리 영구채 발행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여건이 날로 심각해지며 박삼구 회장이 회사 정상화를 위한 책임있는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주식을 매입하면서 책임경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박삼구 회장이 매입한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규모를 따지면 책임경영에 나섰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그가 매입한 주식은 당일 종가 기준 4천190만원으로 그 의미를 찾기엔 규모가 극히 작다. 오히려 보여주기 식에 가까운 주식 매입이란 인상을 풍긴다.
박삼구 회장이 특정 의도를 가지고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면, 아시아나항공의 자금 조달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을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4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양측이 합의한 자구계획 및 재무구조 개선 방안의 핵심 사항은 유상증자다.
유상증자 시 액면가는 주당 발행가격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액면가는 주당 5천원이다. 하지만 주가는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액면가를 밑돌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사실상 유상증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본시장법에선 원칙상 액면가 미달 증자를 용인하지 않고 있다. 상법 제434조에 의거해 주주총회의 결의로 발행할 순 있지만, 이 경우에는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33.48%다. 특별결의 시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끌어내는 조건은 성립되지만,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낸다는 보장은 없다.
오너 일가의 주식 매입은 주식시장에서 대개 호재로 여겨진다. 어려운 회사라면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로 비쳐지고, 좋은 회사라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을 염두에 둔 행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주식 매입은 단순히 책임경영 차원을 넘어서 액면가 이상으로 주가를 부양해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는 박삼구 회장의 노림수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주식 매입은 유상증자를 염두에 둔 것인 동시에 다른 임원들도 주식을 매입하도록 하려는 의도 역시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연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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