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종호 기자] 검찰이 '사법 농단' 의혹 수사 100여일만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 사건 정점에 있는 만큼 해당 USB가 온갖 의혹을 풀 열쇠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USB 두 개를 확보했다. 해당 USB에는 양 전 대법원장 퇴임 시 가지고 나온 자료 다수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진술을 통해 USB를 확인, 자택 서재에서 압수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변호인으로부터 압수수색 과정에 대한 진술서도 받아냈다. 애초 압수수색 영장이 양 전 대법원장 개인 차량에 한해서만 발부됐던 만큼 재판 증거로 활용할 시 예상되는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없애겠다는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에 참여인 등의 진술 등에 의해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돼 있음이 확인되는 경우 그 보관장소를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기재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역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고 검찰에 알렸다고 한다.
검찰이 수사 100여일만에 전직 대법원장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성공하고, USB까지 확보함에 따라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판사 등을 상대로 청구한 영장 상당수가 기각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던 수사가 대법원장 상대 압수수색에 이를 정도로 궤도에 올랐다는 것이다.
검찰은 USB 분석 작업을 통해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에 양 전 대법원장의 관여가 있었는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의혹과 관련해 작성된 문건이 양 전 대법원장까지 보고됐는지가 분석 작업에서 확인될 경우 양 전 대법원장뿐만 아니라 보고라인에 있던 고위 법관 상대 수사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USB가 비교적 수사 초기 입수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USB와는 성격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지난 7월 확보한 임 전 차장 USB에는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문건 상당수가 담겼고, 이는 수사 확대로 이어진 바 있다.
이런 분석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 의혹 등을 부인한 점, 이후 거듭된 영장 기각으로 100일 넘게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점, 양 전 대법원장 진술로 USB가 확보된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문제 소지가 다분한 USB라면 양 전 대법원장이 순순히 검찰에 USB를 건넸겠느냐"라며 "의혹을 부인해오던 기존 입장을 물리지 않아도 될 정도의 문건만이 담겼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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