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이상 및 치매설, 남북 정상회담 관련 국민연금 200조원 지원설, 고려연방제 적화통일설, 고 노회찬 의원 타살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콘텐츠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독립방송, 1인 방송들로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정보통신, 인터넷 업계에 대해 고강도 규제의 칼을 빼든 가운데 그 중심에 놓인 유튜브로 정치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모바일 시장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10월 2주차 집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일일 평균 이용시간은 3시간 30분가량이다. 평균적으로 설치한 앱은 93개, 하루 평균 12개를 이용한다. 유튜브의 실사용 앱 랭킹은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에 뒤이어 2위. 부동의 국내 포털 1위 네이버(3위), 삼성 인터넷브라우저(4위), 구글(5위), 크롬(6위)이 그 다음 순위다.
◆유튜브 가짜뉴스 영향력 어느 정도?
사실상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가히 '갓튜브'로 부를 만한 영향력이다. 올해 8월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센터가 1천2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튜브 동영상 이용과 허위정보 노출경험' 자료에 따르면 국민 77.8%가 유튜브 이용자다. '거의 매일' 39.5%, '주3~5일 정도' 25.8%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 추천을 통해서만 이용하는 16.4%를 포함하면 전 국민 대부분인 94%가 유튜브 동영상을 접하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가짜뉴스 또는 허위정보로 의심되는 콘텐츠 접촉 경험이 있는 414명 중 20대가 39.7%로 가장 많았다. 30대는 33.3%, 40대는 28.7%, 50대는 34.3%다. 흥미로운 대목은 60대가 36.9%로 20대 다음으로 가짜뉴스 의심 콘텐츠 접촉 경험이 많다는 점이다. 60대 유튜브 이용자 비율이 전 연령대 대비 가장 낮은 67.1%(20대 91.3%, 30대 81.1%, 40대 76.2%, 50대 72.3%)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가짜뉴스 노출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 특히 정부와 여당이 가짜뉴스 주요 채널로 유튜브를 주목하는 이유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겨냥한 부정적 뉴스들이 보수 우편향 독립방송, 1인 미디어를 통해 최근 급속히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전통적으로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성향이다. 과거 대선,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선 이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언론보도 형태의 가짜뉴스들이 집중 유포됐다. 최근 유튜브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지상파·종합편성 채널의 방송 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 형식을 모방한 동영상 콘텐츠들이 집중 유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청 중인 콘텐츠와 연관된 비디오 클립을 자동 추천으로 리스트업하는 유튜브의 독특한 검색 시스템도 가짜뉴스의 고정적 소비층을 확산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겨레신문' 등 언론보도를 통해 가짜뉴스의 발원지 가운데 하나로 보수 기독교단체가 지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위는 지난 15일 구글코리아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구글은 유튜브의 모기업이다. 특위가 지난 7월부터 운영한 가짜뉴스 신고센터에 접수된 1천여건 중 확인된 146건의 가짜뉴스에서 104건이 유튜브 동영상이라는 것이다.
시사·뉴스 콘텐츠 분야 유튜브 시장이 보수 편향이라는 점도 정치권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펜앤드마이크(옛 정규재TV)'의 경우 10월 2주차 기준 구독자 27만명, 누적 1억7천만뷰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한 케이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전 단독 인터뷰에 응한 채널로도 주목을 끌었다. 그 다음 순위인 '신의한수'도 24만 구독자, 9천843만뷰로 구독자 기준 진보계열의 대표 미디어인 '미디어몽구(17만5천명), '딴지방송국(12만7천명)'을 크게 앞섰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부터 열린 팟캐스트 시장에서 국내 정치지형상 진보 계열 방송들은 독보적 위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뉴미디어 시장으로 새로 열린 유튜브에선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가짜뉴스를 둘러싼 정부, 여당의 규제 움직임에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이 반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가짜뉴스발 온라인 규제 국감 이후 '주목'
정치권 차원의 가짜뉴스를 넘어 최근 사회, 경제 등 각 분야로 광범한 정보 조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딥 페이크(deep fake)'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정밀한 조작 영상을 일컫는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일부에서 유명 연예인을 합성한 포르노물이 유포되면서 알려졌다.
이같은 기술은 오픈소스 형태로 일반인들도 온라인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미국 정·재계 유명인사의 가짜 인터뷰, 일반인 합성 가짜 음란물 등으로 제작되면서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선 구글코리아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정보통신 서비스 사업자들로 구성된 업계 자율규제 기관 인터넷자율자율정책기구(KISO) 가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행법상 허위사실에 대한 처벌의 경우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등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가짜뉴스의 경우 그대로 적용하기 모호한 구석이 많은 일종의 '입법 공백'으로 주로 사업자들의 자율규제에 의존했다. 해외업체인 유튜브의 경우 국내 규제가 미치지 않은 사각지대인 셈이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정보통신 사업자들의 가짜뉴스 대응 책임을 강화하는 가짜뉴스 규제 법안에 대한 본격 심사를 국감 이후 11월부터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가짜뉴스 관련 법은 10여건으로 이들 법안 상당수는 한국당,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했다.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좌편향' 언론의 왜곡보도, 가짜뉴스를 문제삼으며 정보통신 사업자들의 책임 확대를 촉구한 법안들이다.
민주당 박광온 가짜뉴스대책특위 위원장은 "독일, 프랑스 등 우리나라보다 표현의 자유를 광범히 인정하는 나라들도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허위·조작 정보(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그 규제 자체가 글로벌 스탠더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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