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정부와 여당이 가짜뉴스 규제를 추진하면서 다른 나라 정책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가짜뉴스 규제 논의가 뜨겁지만 논란도 만만찮다. 독일은 혐오 표현물에 한정해 규제를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가짜뉴스 규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시행에 착수한 국가는 독일 정도로 드물다. 그나마 독일도 혐오 표현물에 규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당이 벤치마킹 법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던 독일 규제는 지난해 10월1일부터 시행된 '소셜 네트워크 상 법 집행 개선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안 시행으로 소셜미디어 업체는 명백히 불법적인 콘텐츠의 경우 24시간내에 이를 차단해야 한다. 다만 불법 콘텐츠는 증오, 모욕, 명예훼손 등을 포함하고, 독일 형법의 특정 범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불법 콘텐츠는 일반적으로 불만 사항이 접수된 뒤 7일 이내에 차단조치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SNS업체에 최대 5천만유로(6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이 역시 표현의 자유 침해, 사기업이 사법적 힘을 가진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유향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팀장은 "표현의 자유 침해,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이 사법적 힘을 갖고 처리하는 것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진보정당인 녹색당과 좌파당도 표현의 자유를 들어 이 법안을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도 지난 7월 국회에서 가짜뉴스 대책 보고서를 발표하고 관련 법 마련을 촉구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소셜미디어에 집행되는 정치 광고에도 식별코드를 부여하고, 이들에게 세금을 걷어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이해 및 수용능력) 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의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규제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 정부 역시 허위 정보에 대응하는 조직 구성의 검토 단계에 있다.
프랑스에서도 최근 '조작 정보에 대한 투쟁 법'이 국회 하원을 통과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해당 법안에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법안은 선거를 앞둔 3개월 기간 후보나 정당이 거짓 정보의 확산을 멈출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할 수 있고, 프랑스 방송위원회가 거짓 정보 확산을 금지할 수 있는게 골자. 그러나 상원의 표결이 남아 있는 상황이고, 이와 유사한 법안이 지난 7월 상원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기각된 바 있어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대선을 계기로 가짜뉴스 규제 논쟁이 뜨겁지만 연방 차원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알아서 콘텐츠를 차단하는 자율 규제를 시행 중이다.
다만 캘리포니아 주에선 주법으로 소셜미디어의 잘못된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문가 조직을 만들고, 공립학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하는 법이 최근에 통과됐다.
◆표현의 자유 강화 공약은 어디로?
각국에선 이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가짜뉴스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그만큼 표현의 자유 위축 등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만만찮다.
박광온 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가짜뉴스가 아니라 조작·허위 정보 규제에 국한할 것"이라며 "허위·조작 정보도 법원이나 선관위가 그렇다고 판단한 것만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허위·조작 정보라 해도 규제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지적도 있다. 법원이나 선관위이라고 해도 의도성을 가진 허위·조작 정보인지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점 역시 문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민주국가에서 표현의 허위성을 이유로 이를 정면으로 금지, 처벌하는 규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독일의 경우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한 혐오를 선동하는 표현물에 대한 것이지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규제하지는 않고 있고, 더군다나 정부나 대통령을 공격하는 표현물은 그 대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를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 배치된다는 시각도 있다. 자칫 가짜뉴스 판별 규제나 기관이 정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합리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정치권의 밀어붙이기 식이 아닌 신중한 논의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여권에서 방송통신심의의원회는 전 정권의 유물이고 새로운 민간 팩트체크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결국 이런 기관이 생기면 정권 입맛에 맞출 수 밖에 없고, 감투나 내 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숙영 한세대 미디어광고학과 교수는 "각 국가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도입한다고 우리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거법, 언론중재법 기존 법률도 검토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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